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주변 4강과 유럽에 특사단을 보내기로 했지만 촉박한 일정 때문에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미국 특사로 17일 출국 예정인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지부터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워싱턴을 출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과 유럽으로 해외 첫 순방을 떠나기 때문이다. 상대국 정상과의 면담 성사가 특사 성과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특사단의 맏형 격인 미국 특사단의 지도층 면담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다른 특사단의 일정을 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느냐 안 만나느냐보다 특사단의 실질적인 내용 전달이 더 중요하다. 일정대로 출발한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외교가 안팎에선 너무 서두르는 인상을 주는 외교는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는 대북정책,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 엄중한 현안들에 대해 새 정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특사 편에 정제된 메시지를 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새 정부가 외국에 처음으로 파견한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 대표단(단장 박병석 의원)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성공했지만 11일 밤 대표단 참석이 확정된 이후 외교 당국은 촉박한 일정 속에 중국 측과 접촉하고 협의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중국에 파견될 특사단은 이번 대표단 이상의 생산적인 메시지를 시 주석 등 중국 지도층에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누굴 만났다는 ‘깃발 꽂기’ 식 특사를 기대할 게 아니라 대외정책의 컨텐츠를 다듬어야 할 때”라며 “우리 측 입장이 정립돼있지 않은 상태로 방문하면, 상대국 논리와 정책만 받아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