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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떠돌이 금융위 “또 짐 싸야하나”

입력 | 2017-05-16 03:00:00


강유현·경제부

“청사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또 짐을 싸야 할지 모르겠네요. 금융위원회는 만날 이사만 다니나요.”

요즘 금융위 공무원들이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기에 누군가는 방을 빼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근무 인원은 경호 인력까지 합하면 약 1000명입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정부청사는 본관과 별관, 창성동 청사 등 3개 동이 있습니다. 규모와 시설,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대통령 집무실 등이 이전할 곳으로는 금융위, 행정자치부, 여성가족부, 통일부 등이 입주한 지상 19층 규모의 본관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로 인해 이전할 1순위 부처로는 행자부가 꼽힙니다. 문 대통령이 행자부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금융위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건 과거 정부에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듯 서울 각지에 흩어진 정부 기관 건물을 전전했던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금융위의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는 은행 보험 증시 등을 감독하는 기능을 통폐합한 뒤 1998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이후 10년 뒤 2008년 기획재정부의 일부 기능과 통합된 금융위가 출범하면서 다시 거처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으로 옮겼다가 이듬해 금감원 건물로 되돌아갔습니다. 2012년엔 은행 증권사 등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목을 앞세워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로 이전했고, 지난해 5월 일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서 빈 공간이 생긴 정부서울청사로 또다시 이사를 했습니다. 이런 경험에 금융위에선 벌써부터 “이번엔 세종(정부세종청사)이냐, 과천(정부과천청사)이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금융위 직원들의 우려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후보 공약에서 금융정책과 감독,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금융위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기능과 통합해 금융부를 신설하고,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기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년마다 조직을 개편하면 공직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가 굉장히 크다. 경제 상황이 그런 일에 매달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소식에 금융시장의 파수꾼이 돼야 할 금융위 직원들의 사기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