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펼쳐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 17번홀의 전경. 연못 한가운데 자리 잡은 그린은 라운드마다 홀의 위치까지 바뀌는 바람에 베테랑들도 공략에 애를 먹게 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까지 단숨에 조준할 수 있으나, 공은 종종 연못에 빠지곤 한다. 사진출처 | PGA투어닷컴
변화무쌍 바람…싱도 2개나 물에 빠뜨려단 1개도 실수 안한 김시우, 완벽한 승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전 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사나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100야드 이내에선 1야드 단위로 끊어서 홀을 공략할 정도로 정교함을 갖췄다는 PGA 선수들의 기술은 화려함 그 자체다. 그러나 최고라는 그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악명 높은 홀이 있다.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17번홀이다.
파3인 이 홀의 그린은 커다란 연못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작은 섬처럼 떠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림처럼 근사하다. 그러나 122∼146야드 떨어진 티잉 그라운드에서 바라보는 그린은 악마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해 어마어마한 공포감을 준다.
정교함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속수무책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코스를 길게 할수록 더 맥을 못 춘다. 올해 대회에선 1라운드 때 122야드로 조성됐다가, 2라운드에서 146야드로 늘어났다. 그러자 물에 빠진 공은 19개에서 29개로 증가했다. 3라운드에서 다시 137야드로 짧게 하자 10개로 줄었다.
핀의 위치도 영향을 준다. 그린의 좌우 가장자리보다 오히려 중앙에 있을 때 공략이 더 힘들다. 1라운드와 3라운드 때는 핀이 그린 오른쪽과 왼쪽에 위치했고, 2라운드에선 그린 앞쪽에서 22야드 떨어진 중앙에 위치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공을 삼켜버렸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그린 한가운데가 솥뚜껑처럼 솟아있어 오히려 더 정교한 샷을 요구한다.
그 중에서도 선수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겉잡을 수 없는 바람이다. 그린을 주변으로 회전하듯 돌아다니는 변화무쌍한 바람은 최고의 선수들에게도 좌절감을 안겨준다.
올해도 숱한 스타들이 악마의 홀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2라운드에선 잭 블레어가 이 홀에서만 3개의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렸다. 그는 무려 9타를 치고 나서야 겨우 홀을 떠날 수 있었다. 3라운드에선 베테랑 비제이 싱이 희생양이 됐다. 2라운드까지 공동 4위를 달려 우승까지 넘봤던 싱은 이날 17번홀에서 2개의 공을 물에 빠트리며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그 바람에 순위는 공동 32위까지 추락했고, 우승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