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간 최대 화제는 대선결과가 아니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얘기였다(대선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은가). “잘 생겼다”고 시작해서 “정말 잘 생겼다”로 끝났다. 필자와 같은 시기에 대학을 다닌 것을 알고 있는 친구들은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멋졌느냐”고 물어본다. 글쎄, 그때도 지금도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하지만 촌티 줄줄 흐르는 남학생만 즐비한 시절이라 “법대에 키 크고 잘 생긴 친구가 있다더라”는 소문은 들었었다.
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민정수석 발탁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비서진의 수려한 용모가 화제다. 자유한국당은 조 수석에 대해 “지금 그 자리가 본인에게 맞는 옷인지 잘 헤아려보기 바란다”고 하면서 “조 수석은 잘생긴 것이 콤플렉스라고 해서 대다수 대한민국 남성들을 디스했다”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야당이 대통령 특정인의 외모를 논평한 것은 사상 처음이 아닐까. 잘 생긴 게 콤플렉스라는 말은 거북하게 비쳐질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겐 절실할 수 있다. 잘 생긴 사람들은 외모 때문에 진짜 실력을 평가받지 못한다는 낭패감을 가질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문 대통령부터가 빠지지 않는 외모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실에서 만났을 때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뚜렷한 얼굴윤곽이 인상적이었다. 오죽하면 김정숙 여사가 학교 다닐 때 알랭 들롱 닮은 친구가 있다고 해서 만났다고 했겠는가. 고교시절 사진을 보면 알랭 들롱보다는 장동건을 닮은 것 같은데 당시에는 장동건이 없었으니 알랭 들롱이 최상의 비유였을 것이다.
인종 종교 학력 남녀 등 온갖 차별 중에 동서고금을 통 털어 가장 큰 차별은 용모차별이다. 전 런던정경대 사회학과 캐서린 하킴은 아름다운 외모, 건강하고 섹시한 몸, 능수능란한 사교술과 유머, 패션스타일 등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들을 매력자본이라고 지칭하고 매력자본이야말로 일상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이뤄진 국가차원의 연구결과와 아르헨티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실험 결과에 따르면 외모 프리미엄은 대략 15%가량 되며 매력적인 사람의 소득은 평균에 비해 15% 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잘 생긴 외모는 분명 경쟁력이다.
TV시대가 열린 이후의 미국 대선에도 키 크고 잘 생긴 후보가 대통령으로 줄곧 당선됐다 제럴드 포드 대통령과 붙었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유일한 예외가 아닐까 싶다. 19대 한국 대선에서도 어느 평론가는 “무조건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말하고 다녔다. 문 후보가 후보들 가운데 가장 잘 생겼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준수한 용모는 주목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정치인에게는 정말 유리한 요소다. 외모에 끌리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일단 유권자의 눈길을 끌어야 호감도를 높이고 호감도를 높여야 지지로 연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긴 외모가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높은 주목도 때문에 조금만 잘못해도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그렇지 머리가 별로이지 않느냐”라는 식의 비난을 각오해야 한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다. 잘 생긴 배우가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거나 아이돌그룹 멤버가 조금만 살쪄도 비난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더 큰 이유는 용모가 그 사람의 역량과 성과를 가릴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조 수석은 정윤회 문건 재조사 등 검찰개혁에 대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그의 외모, 경력, 트위터 활동이다. 조 수석에 대한 관심이 문 대통령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대통령에게 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정성희 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