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건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6월 펴낸 책 ‘운명’의 서문 일부다. 이런 내용도 있다. “그분(노 전 대통령)은 떠났고, 참여정부는 과거다. (중략)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받고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 사례는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관리 등 ‘안살림’을 하는 총무비서관에 아무 인연이 없는 재무 전문가를 임명한 것이다. 이정도 신임 총무비서관은 기획재정부에서 25년간 근무한 ‘늘공’(직업공무원)이다. 총무비서관을 더 이상 ‘대통령의 집사’로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을 제외하곤 친문(親文)을 곁에 두지 않는 인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악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젊은층의 ‘팬덤’을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 대통령을 ‘이니’(문재인의 ‘인’에 ‘이’를 붙인 애칭)로 부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는 글과 영상이 넘쳐난다. 문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보수 진영도 거스르기 힘들 정도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인기를 임기 후반까지 유지 못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8개월째인 2013년 9월 최고 지지율 67%(한국갤럽)를 기록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의 문 대통령처럼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스마트폰 ‘셀카’를 찍자며 달려드는 인기를 누렸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임기 말까지 이어질까. 그래서 취임사에서 밝힌 목표,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올 1월 출간한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인생철학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어려울 땐, 무조건 원칙적으로.”
‘무조건 원칙’엔 긍정적인 ‘정도(正道)’와 부정적인 ‘폐쇄’ 이미지가 겹친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이 긍정 이미지를 트레이드마크로 41.1%의 지지를 받았다. 우려는 부정적 ‘폐쇄’ 이미지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뿌리,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우리만 옳고, 우리만 개혁’이라는 독선과 아집이었다. 문 대통령은 책에 쓴 그대로 노무현 정부를 계속 넘어서야 한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했던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1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지낼 당시 언론 인터뷰 일부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