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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의 오늘과 내일]“내가 틀릴지 모른다”는 대통령

입력 | 2017-05-16 03:00:00


이명건 사회부장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성공은 성공대로, 좌절은 좌절대로 뛰어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1년 6월 펴낸 책 ‘운명’의 서문 일부다. 이런 내용도 있다. “그분(노 전 대통령)은 떠났고, 참여정부는 과거다. (중략)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대로 평가받고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은 이를 실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대표적 사례는 청와대의 특수활동비 관리 등 ‘안살림’을 하는 총무비서관에 아무 인연이 없는 재무 전문가를 임명한 것이다. 이정도 신임 총무비서관은 기획재정부에서 25년간 근무한 ‘늘공’(직업공무원)이다. 총무비서관을 더 이상 ‘대통령의 집사’로 부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노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총무비서관은 부산상고 동창이며 노무현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지낸 최도술이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대기업에서 불법 대선자금 1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두 번째 총무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고향에서 함께 고시공부를 했던 죽마고우 정상문. 청와대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횡령하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현금 3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 구속됐다. 최도술 구속은 노 전 대통령 임기 초반 레임덕의 시작이었고, 정상문 구속은 친노(親盧)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을 제외하곤 친문(親文)을 곁에 두지 않는 인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게 악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단은 젊은층의 ‘팬덤’을 만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문 대통령을 ‘이니’(문재인의 ‘인’에 ‘이’를 붙인 애칭)로 부르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하는 글과 영상이 넘쳐난다. 문 대통령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보수 진영도 거스르기 힘들 정도다. 역대 모든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인기를 임기 후반까지 유지 못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8개월째인 2013년 9월 최고 지지율 67%(한국갤럽)를 기록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지금의 문 대통령처럼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스마트폰 ‘셀카’를 찍자며 달려드는 인기를 누렸다. 문 대통령의 인기는 임기 말까지 이어질까. 그래서 취임사에서 밝힌 목표,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올 1월 출간한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인생철학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어려울 땐, 무조건 원칙적으로.”

‘무조건 원칙’엔 긍정적인 ‘정도(正道)’와 부정적인 ‘폐쇄’ 이미지가 겹친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이 긍정 이미지를 트레이드마크로 41.1%의 지지를 받았다. 우려는 부정적 ‘폐쇄’ 이미지가 현실로 드러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뿌리, 노무현 정부의 문제는 ‘우리만 옳고, 우리만 개혁’이라는 독선과 아집이었다. 문 대통령은 책에 쓴 그대로 노무현 정부를 계속 넘어서야 한다.

필자는 문 대통령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선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했던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1년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지낼 당시 언론 인터뷰 일부다.

“‘I may be wrong(내가 틀릴지 모른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은 겁니다. (중략) 실력과 경험, 자신감을 모두 갖춘 사람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