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후 화기애애한 첫 만남 조약 개정 가능성 언급은 처음… 佛언론 “5년전 올랑드 때보다 훈훈” 메르켈 “마법같은 시작” 결과에 만족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독일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환대했다. 또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개혁해야 한다”며 마크롱의 대선 공약에 힘을 실어줬다. EU와 유로존 개혁은 EU 조약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메르켈 총리가 EU 조약 개정 가능성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날 화사한 핑크빛 재킷 차림으로 나타난 메르켈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의 어깨에 자연스레 손을 올리며 친근함을 표시했다. 환영식을 지켜본 시민 수백 명은 EU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례적으로 부총리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교장관이 직접 공항에 나가 영접까지 했다. 프랑스 언론은 5년 전 똑같이 취임 다음 날 독일을 찾았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때보다 훨씬 훈훈했다고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반(反)EU 성향의 극우 국민전선(FN) 후보 마린 르펜의 지지율 상승을 막기 위해 마크롱 지지 선언을 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을 직접 만난 자리에선 다음 달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라고 행운까지 빌어줬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를 인용해 “마법 같은 시작”이라고 했다.
자유·공개무역 기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독일이 껄끄럽게 여겼던 마크롱의 ‘바이 유러피안 조항(유럽산 제품 우선 구매)’ 도입 공약에 대해서도 메르켈 총리는 “무역에서 호혜주의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바이 유러피안 조항은 공공조달에서 유럽산 제품에 우선권을 주는 것으로 프랑스 내 보호무역 여론을 감안한 조치다. 두 정상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처, EU 국방 통합을 위한 펀드 조성, 난민 수용 등에 대부분 의견이 일치해 프랑스-독일 동맹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독일의 지나친 무역흑자 때문에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밀고 있는 유로존 공동예산 운영 주장에 대해선 일부 마찰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모든 개별 이슈에 두 나라가 의견이 같은 건 아니지만 유럽이 잘돼야 독일도 장기적으로 잘될 수 있다”며 “독일의 이해는 프랑스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강한 프랑스가 있어야만 유럽이 잘된다”고 협력을 강조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