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따라 불법체류자 분류… 학교 못가고 아파도 병원 못가는 ‘인권 그늘’ 속 2만명
‘부모님 고향 나이지리아로 추방당하면 이 지옥보다 나을까?’ 동료들이 하나둘 쫓겨날 때마다 페버는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나이지리아는 아는 이 없는 외딴곳. 어린 동생들이 당장 어떻게 먹고살까 생각하면 이 땅을 떠날 수가 없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페버를 불법 체류자라고 부른다. 페버는 불법 체류를 선택한 적이 없다. 불법 체류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을 뿐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부모가 미등록(불법 체류) 외국인이면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나도 미등록자다.
페버 같은 미등록 이주아동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고 있다. ‘그림자 아이들’은 대부분 출생 기록이 없어 건강보험 혜택도, 학교에 갈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성폭력, 가정학대에는 더 쉽게 노출된다. 피해를 당해도 미등록자임이 드러나 쫓겨날까봐 신고를 못하고 고통을 스스로 감내해야 한다.
이주노동희망센터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제정한 ‘세계인의 날’이 올해 10주년(5월 20일)을 맞지만 정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통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권법에 따라 미등록자여도 아동만은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노지원·김예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