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국내 스크린 등장… 최근 개봉한 ‘카페, 한 사람을…’까지 풋풋한 사랑과 감성으로 관객몰이
11일 개봉한 대만산(産) 청춘영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의 한 장면. 그리운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을 위한 카페에서 각자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는 내용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게 일본이 주름잡던 로맨스 영화 시장에 ‘대만산(産) 청춘영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의 교복 입은 남녀, 푸른빛이 감도는 풍경 속 자전거들,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짓과 표정…. ‘영원한 여름’(2006년) ‘말할 수 없는 비밀’(2007년) ‘청설’(2009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년) ‘나의 소녀시대’(2015년), 그리고 11일 개봉한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까지. 대만에서 건너온 청춘영화가 한국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세대 청춘영화라 할 수 있는 ‘영원한 여름’의 관객 수는 4507명에 그쳤지만 저우제룬(周杰倫)이 연출·출연해 화제가 된 ‘말할 수 없는 비밀’은 9만 명이 넘게 봤다. 2016년 개봉한 ‘나의 소녀시대’는 40만9689명의 관객몰이를 하는 등 정점을 찍었다.
대만에서 청춘영화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진 건 2000년대 이후부터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을 거치며 대만 정부는 자국 콘텐츠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검열도 완화됐다. ‘광음적고사’(1982년) ‘샌드위치 맨’(1983년)으로 촉발된 대만 뉴웨이브를 이끈 에드워드 양, 허우샤오셴(侯孝賢) 같은 감독의 활동이 두드러지며 대만의 사회와 역사, 정치를 반추하는 걸작이 다수 탄생한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상업성이 약했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시장을 잠식했다. 자국 영화 제작 환경이 위축됐고 소자본·소규모로 짧은 기간 내 큰 위험 없이 제작할 수 있는 청춘영화가 이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