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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권 바뀌자 180도… 교육부,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바꾼다

입력 | 2017-05-17 03:00:00

절대 안된다던 정책, 줄줄이 선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박근혜 정부 시절 ‘안 된다’던 국가 정책이나 기조가 속속 바뀌고 있다. 법과 규정을 바꿔야 한다거나 현 여건에 맞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쳐왔던 공무원들이 기존의 입장을 빠르게 뒤집고 ‘박근혜 그림자’ 지우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지시를 받아 16일 관련 행정예고를 한 교육부는 새 검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시점과 내용까지 바꿀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중1과 고1에게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중 역사 및 한국사만 시점을 2018년에서 2019년 3월 1일로 연기하기 위한 행정예고도 준비 중이다.

교육부는 시간을 번 동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수정하기 위한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한다. 새 집필 기준에선 ‘대한민국 수립’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1차(1956년)∼7차(2009년) 교육과정까지 쓰였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노무현 정부가 고시한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다시 ‘대한민국 수립’으로 고쳐졌기 때문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정 교과서는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실무진은 “교육과정에 명시된 거라 수정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교육부는 현재 교육과정 적용 시점을 연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쳐 놓고도 행정예고를 주저하고 있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불가를 수차례 강조했던 장차관이 이를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가 좋지 않아서다. 행정예고는 차관, 최종 고시는 장관이 결재하면 된다.

공직자의 알아서 몸 낮추기는 다른 부처도 비슷하다. 인사혁신처는 15일 대통령 지시 5시간 만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인사처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구하려다 희생된 기간제 교사 김초원 씨(당시 26세·여)와 이지혜 씨(당시 31세·여)의 순직 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지난 3년 동안 밝혀 왔다. 기간제 교사 4만6000여 명은 교육공무원법의 공무원이 아니어서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을 인정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김동극 인사처장은 3월까지만 해도 “기간제 교사를 모두 공무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특별법 제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순직 처리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인사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등에 반영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시행령은 담당 부처의 입안을 거쳐 국무회의만 거치면 된다.

증세 역시 정부 태도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분야다.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인상 등 증세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말까지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워 온 태도와 확연히 달라진 것.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토론회에서 세율을 높이면 회복 중인 경제가 타격을 입어 대폭 증세는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예나 yena@donga.com·황태호 / 세종=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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