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강남역 살인사건’이 1주기를 맞으면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범인 김모 씨(35)가 앓고 있는 조현병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의 공용화장실에서 A 씨(당시 23·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달 13일 대법원에서 징역 30년 형을 확정받았다.
김 씨는 1999년 처음 정신 질환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조현병(調絃病·옛 정신분열증)의 일종인 ‘미분화형 조현병’을 진단받은 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병이란 망상·환청·환각·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이다.
원래 정신분열증이라 불렸지만 2011년 거부감을 준다는 이유로 병명이 바뀌었다. 조현(調絃)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인데,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지난 3월 인천에서 17세 소녀가 8세 여자아이를 살해해 유기한 사건 등 최근 흉악범죄를 저지른 피의자가 조현병 환자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질환과 범행의 인과관계와는 무관하게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가 퍼지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은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므로 모든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선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폭력적일 수 있다. 조현병의 대표 증상인 ‘피해망상’이 심해지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기간이 길어지면 보호자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이유 없는 분노감이 쌓이고 ‘액팅아웃(급성 증상 발현)’ 때 자해·타해 행동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것.
다만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범행 가능성이 5% 이하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