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하타 세이준 인터뷰
‘플랜트 헌터’ 니시하타 세이준 소라 식물원 대표가 비스타워커힐 로비의 800년 된 올리브 나무 고목 앞에 섰다. 그는 일본에서 식물전문기업 ‘하나우’와 ‘소라식물원’을 운영하면서 1년의 상당 기간을 희귀한 식물을 찾아 해외에서 보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800년 된 올리브 고목이 호텔 로비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앉아 별안간 사막에 떨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한강을 내려다보며 풋 스파를 즐길 수 있는 야외 정원은 고생대 고사릿과 나무 딕소니아 덕에 원시림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4월 리뉴얼 오픈하며 ‘지속 가능한 럭셔리’를 내세운 서울 광진구 비스타워커힐은 식물을 앞세워 공간을 꾸몄다.
이 식물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옮겨서,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플랜트 헌터(식물 사냥꾼)’라는 직업의 니시하타 세이준 ‘소라(하늘) 식물원’ 대표(37)다.
2015년 루이뷔통 오모테산도점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꾸민 공간 메이킹
―플랜트 헌터라는 직업이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해 달라.
“말 그대로 식물 전문가다. 일반적인 원예업자는 식물을 들여오는 경로나 방식이 다 비슷하다. 플랜트헌터는 일반적인 규격이 아닌, 매우 희귀한 식물을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찾고, 수집하고, 옮겨 심는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당연히 전 세계 어디에 어떤 식물이 있고, 어떻게 구하고 옮겨 심어야 하는지, 심지어 그런 나무를 어떻게 해야 통관시킬 수 있는지까지 광범위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비스타워커힐을 위해 올리브 나무와 딕소니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비스타워커힐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이다. 딕소니아는 고생대 고사릿과 나무로, 4억 5000만 년 전에 자라나기 시작한 나무다. 수중식물이 육지로 올라와 처음으로 숲을 이루던 그 시작점에 있는, 가장 먼저 원시의 숲을 이루기 시작한 나무인 셈이다. 강과 바로 연결된 듯한 야외정원 ‘스카이야드’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2014년 국제안과학회 오프닝 파티에 등장한 거대한 벚꽃
―이번에 한국서 처음 프로젝트를 해본 감상은….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에서 처음 프로젝트를 해보는 터라 기한에 맞춰 필요한 식물을 제때 들여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다만 내가 간사이 지역 출신인데, 그래서인지 뭐든 빨리빨리 해내는 한국 분들과 일하는 속도가 잘 맞았다.(웃음)”
―150년 째 대를 이어오는 식물전문기업 하나우(花宇)의 5대 사장이기도 하다. 가업을 잇기 위해 플랜트 헌터가 된 것인가.
2016년 일본과 싱가포르 국교 50주년을 맞아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개최된 벚꽃 이벤트
―식물을 본래 있던 장소에서 이동시켜 옮겨 심는 일이다. 자연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나.
“훌륭한 식물이 있는데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잘 활용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가 많다. 물론 식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 심는다는 행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식물도 먼 곳으로 이동해서 살아남아 널리 자손을 번식시키려는 본성이 있는 생물이다. 민들레는 씨앗을 먼 곳으로 날아가도록 하고, 나무는 열매를 달게 숙성시켜 동물이 먹도록 유도하지 않나.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 법칙에 맞게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일본과 싱가포르 국교 50주년을 맞아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개최된 벚꽃 이벤트
―당신의 작업이 어떤 역할을 하길 원하나.
“플랜트 헌터로 16년을 일했는데, 처음에는 나 자신을 일했지만 점점 더 사람들이 기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은 사람들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프로로서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놀 기회가 거의 없다.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여주거나, 꽃을 따서 향기를 맡게 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예전에는 당연하던 것이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도 자연의 즐거움, 아름다움, 매력을 전달하고 싶다. 식물은 직접 만져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식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에 식물의 자리를 남기고 싶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