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가 살아났다.
러프는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18경기에서 타율 0.150, 2홈런, 5타점에 불과했지만 1군으로 복귀한 뒤 16일까지 12경기에서 타율 0.364, 3홈런, 7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기대했던 장타율이 0.636으로 높아졌고, 출루율도 0.451로 빼어나다.
러프가 돌아오면서 타선에 힘이 생겼다. 그가 4번타자 역할을 하기 전까지는 앞뒤 타자들의 부담이 가중돼 동반 슬럼프에 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구자욱이 올 시즌 3번타순을 맡았지만 팀이 좋지 않자 자신이 공격의 물꼬를 터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제 풀타임 3년차인 그에게는 반드시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런 부담감을 러프가 덜어줬다. 실제 러프가 복귀한 뒤 이승엽은 타율이 0.253에서 0.357로 높아졌고, 구자욱도 아직까지 들쑥날쑥하지만 러프가 자신의 뒤에 배치된 뒤 타율 0.289, 3홈런, 8타점으로 타격감을 되찾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러프의 플레이는 다른 선수들의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그는 16일 문학 SK전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유격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까지 전력질주해 상대의 실책을 유도했다. 그 실책이 시발점이 돼 팀의 승기를 가져오는 점수를 뽑았다. 러프는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에서 야구를 하면서 느낀 건데 재능은 한계가 있다”며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 초반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2군에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내 스윙을 찾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장타도 나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지금의 좋은 리듬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