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반려견행동전문가 강형욱 씨와 반려동물 팟캐스트 진행자 한민경 씨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되는 사람인가 반려견행동전문가 강형욱
채널A <개밥 주는 남자>,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SBS 등에 출연하며 얼굴이 알려진 그는 반려인들 사이에서 ‘개통령’으로 불린다. 반려견행동전문가 강형욱(32) 보듬컴퍼니 대표다. 그는 2014년 낸 자신의 책에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부류일까? 그가 말하는 반려견과 함께 행복해지는 방법.
▼우리 강아지는 부르면 왜 안 올까요
“이리 와~ 이리 와! 이리 안 와? 야! 이리 오라고!”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어떤 명령을 했는데 반려견이 따르지 않으면 당황하고 언짢게 생각한다. 반려견이 왜 “이리 와!”라는 명령에 보호자에게 돌아와야 하는 걸까. 만약 이 소리를 듣고 마지못해 다가온 강아지를 혼낸다면 그 강아지는 “이리 와!”를 어떻게 생각할까.
▼강아지의 사회성은 어떻게 길러주나요
우리는 반려견의 사회성을 길러주려고 반려견 카페를 간다거나 사설 반려견 운동장을 찾아가서 그곳에 풀어놓고 다른 반려견들과 같이 뛰어다니게 한다. 강아지들끼리 헐떡이며 뛰어다니고 흥분해서 장난을 쳐야지만 강아지의 사회성이 길러진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이것은 도리어 자신의 공간을 존중받고 싶어하는 개의 본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소개팅을 나가더라도 상대와 친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인위적이고 강제적인 것은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다른 강아지들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산책 모임 등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다른 강아지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사회성이 부족한 강아지라도 다른 강아지를 만나, 상대가 남긴 분비물의 냄새를 맡고 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멀리서 상대의 몸짓을 보고 다음 동작을 예상할 수 있어 점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강아지가 너무 많이 먹어요
강아지에게 사료는 생명과도 같다. 아침저녁으로만, 그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주인이 줄 때만 먹을 수 있으니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주인이 집에 오지 않으면 먹이를 먹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강아지에게 엄습했던 것. 강아지가 먹을 것을 보면 흥분하는 이유는 먹이, 즉 생존에 대한 집착이다. 부족한 물과 먹이는 반려견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만든다. 오로지 먹기 위해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보호자와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나 교감이 나오기 어렵다.
강아지 입장에서는 보호자를 오로지 ‘먹이를 주는 고마운 사람’으로만 인식할 수도 있다. 자유롭게 먹이를 먹을 수 있다면, 당신의 반려견은 훨씬 더 여유로워질 것이다. 자율 급식을 권하는 이유다. 강아지가 원하는 것은 사료가 아닌 먹이에 대한 안정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단, 처음 입양을 하고 일주일 정도는 입양 전과 똑같이 밥을 주는 것이 좋다. 갑작스럽게 식사 방법을 바꾸면 강아지에게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
어디든 잘 숨는 습성 때문인지 왠지 고양이를 떠올리면 ‘은둔’이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관련 팟캐스트 ‘한민경의 같이 사는 이야기’를 진행하는 상담 전문가 한민경(47) 씨는 오히려 자신이 키우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 덕분에 ‘함께 사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연희동 대표 ‘캣맘’ 한민경 씨의 같이 사는 이야기.
중성화 수술 앞에서 삶을 생각하다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서울 광화문의 한 오피스텔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한마디로, 화려한 싱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한 명이 동네에서 힘겹게 울고 있는 하얀색 암컷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며 딱 일주일만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그렇게 시작된 고양이와의 동거. 그런데 이 길고양이가 밤만 되면 울고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거다. 달래도 보고 찬물을 끼얹어도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튿날 집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발정기라고 했다. 수의사는 중성화 수술을 권했다. 30대 중반, 자궁암으로 인해 수술을 권유받고 펑펑 울었던 과거가 떠올랐다. 병원에서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결국 입양을 결심했다.
나는 이렇게 캣맘이 됐다
상담사로 일하는 내 곁에는 항상 고양이가 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고양이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연스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꼭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고양이에게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 어떤 장난감이 좋은지를 캣맘들끼리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길고양이가 처한 열악한 상황에도 관심을 갖게 돼 유기묘를 구조하고 입양 보내는 임시 보호인의 역할을 맡았다.
랍비, 어린이, 토라, 새라, 연두. 우리 집 고양이는 지금 다섯 마리다. 요즘은 동네를 돌면서 캣맘 친구들과 함께 ‘집 앞에 물과 사료 놓기 운동’을 한다. 과거엔 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냐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편견이 많이 사라진 편이다. 고양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달 우리 집 고양이들에게 쓴 돈만 50여 만원, 다른 고양이들에게 보내는 사료 값만 20만원 정도가 들었다. 고양이 때문에 생활도 빠듯하고 비염도 심해졌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내가 사랑하는 일이니까, 나는 고양이 엄마니까.
안녕하세요, 연두(연희동 두목)입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세 가지 일을 시작했다. 하나는 들어가는 비용을 꼼꼼히 따져보기 위해 매일 가계부를 쓰는 것, 두 번째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팟캐스트를 꾸준히 운영하는 것, 세 번째가 매년 ‘유서’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사실 부모님 댁에서 독립한 이후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그런데 본격적인 캣맘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으면 이 고양이들은 누가 돌보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유서엔 고양이들을 앞으로 누가 돌봤으면 좋을지와 그에 따른 지참금 액수가 담겨 있다. 그리고 내 유서 내용을 따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고양이를 돌봐줄 사람들에게 명절이나 기념일 때마다 선물을 보내는 등 ‘인간관계 비용’을 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최정미 참고도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동아일보사)
editor 정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