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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퀴벌레… 육모방망이… 한국당, ‘적통보수’ 말하지 말라

입력 | 2017-05-18 00:00:00


어제 자유한국당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원색적인 언사가 난무했다. “당원을 바퀴벌레라니 제정신인가. 낮술 먹었나”부터 “육모방망이로 뒤통수를 뽀개야 한다”까지 공당의 회의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미국에 있는 홍준표 전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슬금슬금 기어 나와 설치는 자들이 참 가증스럽다”고 올리자 친박(친박근혜)이 반발하면서 다시 비박(비박근혜)과 험구를 주고받은 것이다.

한국당의 계파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벌어지는 당권다툼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국민은 홍 전 후보에게 24%의 적지 않은 표를 줬다. 동시에 역대 최대인 557만 표 차의 패배도 안겨줬다. 홍 전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상당수는 단지 그가 보수 후보라는 이유로 한 표를 줬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침몰 직전의 보수정당을 회생시켜 제대로 된 야당의 길을 가라는 기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당은 그런 유권자의 뜻을 알고 어떻게 보수를 쇄신하고 재건할지 치열한 논쟁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반성도 성찰도 없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자중은커녕 ‘내 덕에 살았다’ ‘역시 TK(대구경북)다’라며 공치사만 난무하더니 급기야 집단 지도체제냐, 단일 지도체제냐를 두고 집안에서 총질만 하고 있다. 이게 제1야당의 현주소다. 당내에서조차 “우리에겐 ‘수줍은 보수’가 아니라 ‘창피한 보수’만 남았다”는 자조가 나온다. 이런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당이 과연 ‘적통보수’를 자처할 자격이나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