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해 논설위원
‘3철’ 퇴장이 끝일까
이호철은 2003년 청와대에 들어오기 전부터 하던 여행업을 지금도 부산에서 하고 있다. 이번 대선 때 부산에 머물며 물밑에서 인재 영입에 힘썼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전재수 박재호 최인호 의원 등 부산 참모들을 한데 묶고 전직 고위 공직자들을 결집해 보수층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누그러뜨렸다. 서민들이 찾는 가게와 돼지국밥집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고 문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19만 표를 더 얻을 수 있었던 데는 부산 참모들 노력이 적지 않았다.
이호철 양정철 최재성의 백의종군은 문재인캠프에 참여한 1000여 명 폴리페서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 다툼에 예방주사 효과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람인 임종석을 대통령비서실장에, 손학규계였던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무총리로, 정세균 국회의장 계보인 전병헌을 정무수석으로 발탁한 문재인의 탕평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다. 3철의 한 사람인 전해철도 자연스레 요직에서 배제할 수 있다. ‘왕(王)수석’ 없이 다양한 출신들이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청와대 구도가 대통령의 국정운용에는 바람직하다.
‘왕수석’ 없는 청와대 만들어야
이호철 말대로 그가 5년 내내 아웃사이더로 있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문 대통령이 곤경에 빠질 때 ‘깨어 있는 시민’으로 남아있기가 쉽지 않겠지만 청와대가 시스템으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혁의 골든타임인 정권 1년을 맞는 내년 지방선거가 첫 시험대다.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개혁 시한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잡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때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또다시 믿을 사람을 찾게 되고, 그러면 문 대통령이 3철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수도 있다.
검찰 수사와 노무현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고, 박근혜 정부의 실정(失政)을 발판으로 대통령에 오른 것은 문재인에겐 운명과도 같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초기 실패를 거울삼아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플랜B까지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호에 매달리는 개혁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이호철 양정철이 안 돌아와도 되는 청와대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