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 범죄라는 시각은 범인이 체포된 직후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데서 비롯됐다. 여성들은 “그곳에 ‘내’가 없었을 뿐,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공포 앞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강남역에 추모의 포스트잇을 붙였다. 여기까지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곧 범인이 조현병 환자임이 밝혀졌음에도 여성 혐오 주장이 계속되고 1년이란 시간이 지나도록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예상 밖이다.
▷여성은 약자이고 약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논리에 반박을 삼가는 분위기가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원인이 무엇이든 여성 혐오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원인이 조현병일지라도 그 발현이 여성 혐오로 나타난 데는 사회에 잘못 구조화된 여성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 혐오를 고집하는 수준을 넘어서 조현병 환자의 범죄로 보는 시각을 반동(反動)시하며 수사와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전도(顚倒)도 벌어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