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측근, 언론에 ‘메모 과정’ 밝혀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메모를 남긴 것은 트럼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CNN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은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그 요청(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 중단)을 받았을 때 ‘간담이 서늘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뉴욕 연방 검사 출신으로 2013년 9월 FBI 국장에 오른 코미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하지만 평소 고위 관료들과의 대화를 일일이 ‘보험용’으로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코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는 메모를 남기지 않았고, 독대도 거의 없었다”며 “만나는 사람이 진실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비정상적인 경우 메모를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코미에게 트럼프는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었거나 대화의 전후 정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FBI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조여 오자 9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리거나, 12일 NBC 인터뷰에서 “코미가 내(트럼프)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고 밝히며 코미 전 국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며 ‘팩트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전 포고를 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이 측근을 통해 대화 내용을 담은 메모의 존재를 밝히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