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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트럼프 요청에 간담 서늘해서 기록 남겨”

입력 | 2017-05-18 03:00:00

코미 측근, 언론에 ‘메모 과정’ 밝혀





제임스 코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 압력을 받았다는 메모를 남긴 것은 트럼프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미래에 대한 대비 차원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CNN에 따르면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은 “코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그 요청(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수사 중단)을 받았을 때 ‘간담이 서늘했다’고 밝혔으며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전했다. 뉴욕 연방 검사 출신으로 2013년 9월 FBI 국장에 오른 코미는 꼼꼼하고 철두철미하지만 평소 고위 관료들과의 대화를 일일이 ‘보험용’으로 남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코미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는 메모를 남기지 않았고, 독대도 거의 없었다”며 “만나는 사람이 진실하지 않거나 그 상황이 비정상적인 경우 메모를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코미에게 트럼프는 진실하지 않은 사람이었거나 대화의 전후 정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와 코미의 반전이 심한 인간관계도 회자된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해 대선을 11일 앞둔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e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밝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순풍을 달았다. 언론들은 정보기관 수장이 대선에 개입했다며 ‘코미가 트럼프에 줄을 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한 FBI 수사의 칼날이 자신을 조여 오자 9일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리거나, 12일 NBC 인터뷰에서 “코미가 내(트럼프)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가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고 밝히며 코미 전 국장을 공개적으로 깎아내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테이프가 있다고 주장하며 ‘팩트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선전 포고를 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이 측근을 통해 대화 내용을 담은 메모의 존재를 밝히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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