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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검찰 자정의지 없다’ 판단… ‘빅2’ 동시감찰

입력 | 2017-05-18 03:00:00

[‘檢 돈봉투 만찬’ 감찰]靑 “의혹도 있고 檢해명도 부적절”
법무부 특수활동비 지급 관행이지만, 현금봉투 직접 주는 경우는 드물어
고강도 개혁-인사쇄신 신호탄… “檢 때리기 변질 우려” 목소리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해 17일 감찰을 지시한 것은 고강도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 직후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 두 기관이 동시 감찰에 나선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검찰의 이른바 ‘빅 2(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가 한꺼번에 감찰 대상이 되면서 검찰은 바짝 얼어붙은 모습이다.

○ 한식당서 현금 봉투 전달


문제의 저녁 자리는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부근 B한식당에서 열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다. 이날 모임은 이 지검장이 검찰 후배인 안 국장에게 요청해 이뤄졌다. 특수본 본부장인 이 지검장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52·21기)과 이원석 특수1부장(48·27기) 등 부장검사 5명을 대동했다. 안 국장 옆에는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과 박세현 형사기획과장(42·29기)이 배석했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안 국장은 노 차장에게 100만 원, 부장검사 5명에게 각각 70만 원씩 담긴 돈 봉투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이 과장과 박 과장에게 각각 100만 원씩 든 돈 봉투를 줬다.

법무부가 검찰 수사팀에 수사비 명목의 특수활동비를 전달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자리에서처럼 직접 현금 봉투를 건네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2011년 4월 전국검사장 워크숍에서 김준규 당시 검찰총장이 참석자들에게 200만∼300만 원씩 든 돈 봉투를 돌렸다가 구설에 오른 뒤 계좌이체 등으로 전달 방식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법무부나 대검찰청 간부에게 돈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이 지검장은 “법무부의 후배 검사들을 격려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두 법무부 과장은 받은 돈을 반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최근 법무부 법무실과 범죄예방정책국 등의 다른 법무부 관계자들과 회식을 할 때는 돈 봉투를 건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자발적 조치 없자 감찰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돈 봉투 만찬’ 사건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언론보도가 나온 지 사흘이 되도록 검찰이 자발적인 후속 조치를 하지 않자 기류가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자정 의지가 없다고 보고 공개 감찰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에서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 단호한 표정으로 “공직 기강 차원에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새 정부의 확고한 검찰 개혁 의지가 드러난 조치라며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정비서관 출신인 데다 국정 농단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책임자”라며 “그런 이 지검장조차 내친 것은 향후 검찰제도 개혁과 인적 쇄신이 얼마나 가혹할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검사는 “일부 간부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번 감찰이 ‘검찰 때리기’로 변질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신광영 neo@donga.com·한상준·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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