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장, 휘문고 선수들에 독서법 강연
김을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서 있는 사람)과 휘문고 야구부 학생들. 모두 한 손에는 좌우명이 적힌 종이, 한 손에는 책을 들었다. 좌우명은 서예가 황우연 선생이 학생 이름을 일일이 넣어 직접 쓴 것이다. 좌우명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긍정의 힘’을 써 줬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을호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 회장(52)이 선창하자 학생들이 따라한다. 소리가 작은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김 회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놈들아∼. 크게 외쳐야 머리에 남지. 다시 한 번, 우리의 생각은….”
12일 서울 휘문고 본관 2층 시청각실에서 ‘讀한 학교 운동부, 讀한 학생 선수’라는 주제의 강연이 있었다. 운동선수들에게 독서, 글쓰기, 말하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자리다. 4월 3일과 28일에 이은 3번째이자 마지막 강연이다. 1, 2회에는 농구 선수들도 함께했지만 이날은 농구부 경기가 있어 야구부원만 39명이 참석했다.
신 교장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김 회장이 이 글에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고 화답하면서 국내 학원 스포츠 최초의 ‘讀한 학교 운동부, 讀한 학생 선수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운동을 하든지 공부를 하든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읽기, 말하기, 쓰기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데에 두 교육자가 뜻을 같이한 것이다. 지난 달 초 첫 강연이 끝난 뒤 신 교장은 SNS에 “학생 선수들이 두 시간 가까이 한 명도 졸지 않고 열중하는 것을 처음 봤다”며 김 회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전국구 독서 강사’다. 1990년대 사설 입시학원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2005년 국민독서문화진흥회와 인연을 맺으면서 독서 강사로 변신했다. 지난해에만 800여 회의 강의를 했다. 하루 두세 번 강의하는 날도 잦았다. 올해 육군에 입대하는 신병 가운데 약 2만 명이 그의 강의를 수강했거나 들을 예정이다. 신병뿐만 아니라 간부들도 그의 강연을 듣고 독후감을 쓰는 부대도 꽤 있다. 학생들의 아쉬움 속에 마지막 수업을 마친 김 회장은 “수많은 강연을 했지만 학교 운동부는 처음이었다. 걱정도 했지만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가 강연 때마다 활용하는 ‘WWH131 서평교육’은 발명특허 출원 중이다. 기억하기 쉬우라고 ‘따따하닐쌈일(WWH131)’이라고 읽는 이 교육법은 저자가 왜(Why) 책을 썼고, 무슨(What) 내용을 담았는지를 적은 뒤 독자가 어떻게(How) 책의 내용을 실천할지를 서술하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닐(1)은 독자의 주장 한 가지, 쌈(3)은 그 주장의 근거 3가지, 일(1)은 최종 결론과 보완점 한 가지를 적으면 완성된다. 그는 이것을 ‘패턴 독후감’이라고 했다.
이날 짧은 책 한 권을 읽고 10여 분 만에 A4용지 크기의 ‘WWH131 서평교육 양식’을 거침없이 채워 넣은 야구부 주장 이준(18)은 “정말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어렵다고만 여겼던 글쓰기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부원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접할 수 있는 책을 더 많이 읽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