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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20년 외친 학자 “주주들의 총수경영권 견제 강화”

입력 | 2017-05-18 03:00:00

김상조 교수, ‘경제검찰’ 수장 발탁




17일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 후보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실용주의적인 재벌 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55)가 17일 경제검찰 격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정책실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보다 앞서 공정위원장 인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재벌 개혁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 후보자가 개혁 대상으로 4대 재벌을 꼽으면서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에 대한 강한 압박이 예고되고 있다. ‘공정위의 중수부’로 불렸던 조사국도 12년 만에 부활할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에 초점을 맞추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효과는 작고 논란은 큰 급진적 정책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재벌개혁 전도사로 20여 년 활동

김 후보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액주주운동을 이끌면서 재벌의 편법·불법 상속과 지배구조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 수사를 할 때 김 후보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언을 듣기도 했다.

대표 주류 경제학자인 조순 전 경제부총리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스승이다. 자신을 폴리페서(정치교수)로 부르는 평가에는 “조순, 정운찬 교수는 늘 현실 참여가 지식인의 의무라고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정 전 총리는 김 후보자에 대해 “성실하면서도 부지런하고, 이론뿐 아니라 현실에 정통한 학자”라고 소개했다.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에 참여한 뒤 정치와는 줄곧 거리를 뒀지만 올해 3월 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제3자 입장으로 훈수만 두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정상적 선거였다면 인생 트랙을 바꾸는 일은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여 년간 시민단체 등에서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강성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현실적이고 유연한 학자라는 평가도 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10년 전만 해도 서로 대척점에 있었지만 그는 오른쪽으로, 나는 왼쪽으로 각각 선회하면서 접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교수는 올해 2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겸업 금지)에 대해 “중요한 원칙이지만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는 금과옥조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삼성 지배구조·승계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2013년 7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 초청받아 강의를 하는 등 재계 관계자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5번째 교수 출신 공정위원장이 된다.

○ 공정위 중수부 부활 여부 촉각

김 후보자는 이날 “주된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 대상은 30대 기업의 자본 절반이 몰려 있는 4대 재벌”이라고 말했다. 재계 10위권 안팎 그룹들이 조선, 해운 등의 구조조정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재벌 개혁의 칼을 들이미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이끌 공정위가 조사국을 부활시켜 ‘대기업 감시’로 조직의 무게중심을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공약했던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에도 공정위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를 행사할 때 공정한 시장 질서를 이룰 수 있다”고 밝혀 온 김 후보자의 생각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 분야에만 도입된 집단소송제를 확대하기 위해 법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실세 위원장’이 수장으로 내정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권한도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평가된다.

△1962년 경북 구미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경제학 박사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노사정위원회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문재인 캠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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