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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전국 법관 논의의 장 마련”

입력 | 2017-05-18 03:00:00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 유감 표명
“내부 현안에 무거운 책임 통감… 재발 방지위해 충실히 의견 수렴”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이 17일 법관 학술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사건으로 촉발된 판사들의 ‘전국 법관대표회의 소집’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달 18일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가 외압 사실을 인정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지 29일 만이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각급 법원에서 선정된 법관들이 함께 모여 현안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점과 개선책을 진솔하고 심도 있게 토론하고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판사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법관 대표가 모이는 회의는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필요한 범위에서 법관대표회의를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 법원 내부의 현안으로 인해 법원 가족들이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사법행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맡고 있는 저의 부덕과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양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중심의 사법행정 운용 방식도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일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법행정을 운영함에 있어 법관들의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해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일”이라며 “향후 사법행정의 방식을 환골탈태하려고 계획함에 앞서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이 빠져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늦어도 6월 중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은 일선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하고 법원행정처는 장소 섭외 등 최소한의 조치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외압 사건은 2월 연구회가 사법독립에 관한 학술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행사 축소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시작됐다. 진상조사위는 이규진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5·18기)이 후배 판사에게 행사 축소 압박을 가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전 상임위원은 서울고등법원 ‘사법연구’로 전보됐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