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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비행기]주윤발… 저우룬파… 짜우연팟…

입력 | 2017-05-18 03:00:00


몇 년 전 홍콩으로 직장을 옮겨 한국을 떠난 학교 선배와 오랜만에 잠깐 만나 차 한 잔을 함께했다. 새삼 홍콩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처음 알았는지 돌이켜보니 바로 떠오르는 이름이 ‘주윤발(周潤發·사진)’이다. 소탈한 성품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는 1980년대 말 한국 극장가의 ‘영웅’. 오늘 그가 62번째 생일을 맞았다.

8년 전 그의 이름 때문에 예상 밖의 곤혹스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 잠시 영화 담당을 맡았을 때다. 그가 주연한 영화에 대한 기사에서 20년 넘도록 익숙하게 불러온 이름 대신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저우룬파’라 써야 했던 것.

리롄제(李連杰), 이선 호크(Ethan Hawke), 량차오웨이(梁朝偉)…. 저항감은 차츰 지쳐 무뎌졌다. 지금은 그냥 저우룬파라고 쓴다. 물론, 기사에만.

중국에는 서로 소통 못 하는 방언이 여럿이라고 들었다. 차를 다 마신 선배에게 홍콩에서 그를 어떻게 부르냐고 물었다. “글쎄. ‘짜우연팟’ 정도?”

훈민정음 서문까지 인용하고 싶진 않다. 통하는 방향으로, 바뀌길 희망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