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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경제 살아나자, 포퓰리즘 한풀 꺾여

입력 | 2017-05-18 03:00:00

EU, 유로존 성장률 상향조정 등 10년만에 첫 ‘全국가 성장세’




“국내총생산(GDP) 통계 발표는 이번 주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주의회 선거 승리를 이끌 수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 이틀 전인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발표된 독일의 1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의 0.4%보다 높은 0.6%를 나타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 1년간 분기별 성장률로는 최고치로 집권당의 승리를 예고한 것이었다. 실제로 막판 여론조사에서 사회민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던 여당 기독민주당은 결국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한때 20%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극우 포퓰리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5.7%에 그쳤다.

독일뿐 아니라 올해 선거를 치른 네덜란드, 프랑스 등에서 포퓰리즘 광풍이 잦아드는 것은 뚜렷한 유럽 경제 회복세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휘청하던 유럽 경제는 전반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1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0.1%포인트 올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2016∼2018년 기간에 EU 모든 국가의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 경제 부활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독일과 스페인. 유럽 1위 경제대국인 독일은 지난달 올해 GDP 성장률을 1.4%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올 1분기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3만8000명이 늘었고 지난달 실업자 수(257만 명)는 1991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 경기가 회복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살아나고, 이는 수출과 내수시장 증대로 이어져 고용과 임금 상승을 낳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상위 30대 기업 중 27개 기업이 흑자를 기록했으며, 아디다스 BMW 다임러 등 12개 기업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ING은행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경제는 네버엔딩 스토리다. 9년째 성장하고 있는데 여전히 아주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유럽 경제규모 5위 스페인의 부활은 눈부시다. 2012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스페인은 어느새 2008년 경제위기 이전 지표들을 거의 회복했다. 3년 전 27%에 달했다가 18.7%까지 떨어진 실업률은 2020년 11.2%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연속 3% 넘는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2.5%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침체됐던 부동산, 건설 경기가 살아나고 자동차 및 제조업 수출, 관광 시장 활성화로 수출과 내수가 모두 성장세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한때 전 유럽을 휩쓸었던 포퓰리즘 광풍은 사그라드는 추세다. 지난해 6월 총선 당시 지지율 1위(30%)로 집권을 꿈꿨던 스페인 좌파 포퓰리즘 정당 포데모스는 4월 초 지지율 조사에서 3위(19.7%)로 추락했다. 반면 집권당인 국민당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1위(31.5%)로 올라섰다.

3월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달렸지만 결국 여당인 자유민주당(VVD)을 꺾지 못했다. 지난해 2.1%의 높은 경제성장과 5.3%의 낮은 실업률 등의 경제성과가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VVD에 투표한 이들의 81%가 경제 때문이라고 답했다. 42년 만에 최저 실업률(올 1∼3월 4.6%)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지표가 좋은 영국 역시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보수당에 힘이 쏠리고 극우 영국독립당(UKIP)은 몰락세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