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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900회③] ‘내 아를 낳아도’ ‘밤바야’…이태선이 꼽은 유행어 베스트3

입력 | 2017-05-19 06:57:00

KBS 개그콘서트 개그코너 ‘사바나의 아침’-‘갈갈이 삼형제’-‘생활사투리’(맨 위부터 아래로). 사진제공|KBS


KBS 2TV ‘개그콘서트’는 1999년 9월4일 첫 방송해 28일 900회를 맞기까지 18년 동안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현존 최장수 개그프로그램이다. 숱한 스타와 유행어를 낳은 ‘개그콘서트’는 해당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개그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이 ‘역사’의 산증인인 26명(공채 14~31기, 남22명·여4명)의 코미디언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18년간의 ‘개그콘서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또 머지않아 만날 1000회는 어떤 모습일까. 스포츠동아가 ‘개그콘서트’의 18년을 되돌아봤다.

밤↗바→야∼
무↘를 주세↗요!
내↗아↘를 낳아↗도!

‘개그콘서트’ 900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우렁찬 연주로 코너와 코너 사이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태선 밴드이다. 리더 이태선은 1999년 ‘개그콘서트’ 첫 방송 때부터 참여한 ‘창단’ 멤버로서 “객석의 반응을 보면 새 코너나 신인 등의 성공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18년 전 이태선의 ‘촉’을 자극했던,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일까. 관객의 시선으로 3개를 꼽았다.

● “밤바야∼”(1999년 ‘사바나의 아침’ 심현섭)

원시인 복장의 심현섭이 “밤바야∼”를 외치며 시작한다. 주문인지 랩인지 알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언어를 속사포로 쏟아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터질 것 같은 목의 핏줄을 손으로 붙잡으며 코너를 마친다.

“등장 때부터 들썩이는 객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심현섭의 이런 모습이 개그를 위한 열정이지 않을까.”

● “무를 주세요!”(2001년 ‘갈갈이 삼형제’ 박준형)

박준형, 정종철, 이승환이 각각 빨간색, 흰색, 노란색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정종철과 이승환이 개인기를 선보이다 박준형이 이로 무를 가는 ‘작업’에 들어간다. 수박, 우엉, 당근, 멜론 등이 갈렸고, 늙은 호박을 갈다가 박준형의 입에서 피가 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어떤 재료를 준비했을지 저도 너무 궁금했다. 당시 박준형이 이로 각종 과일, 채소를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지금도 생생하다.”

● “내 아를 낳아도!”(2002년 ‘생활사투리’ 김시덕)

한 표준어 문장을 김시덕이 경상도, 이재훈이 전라도 사투리로 각각 소개한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각각 경북 안동, 전북 전주 출신이어서 사투리가 생생했다. 백미는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두 사람이다.

“사투리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었을까. 민감할 수 있는 두 지역의 특징을 잘 살린 센스가 돋보였다. 여기저기서 아기 낳아달라는 소리가 들렸던 기억이 난다. 하하!”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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