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아이들]<중> 맞아도 숨죽이고 참아야 하는 인권의 그늘
미등록 이주아동을 돌보는 경기 군포시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에서 아동들이 흙놀이를 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이주아동의 보육권 신장에 힘쓰고 있다. (편집자주-기사에 등장한 아동들은 이 어린이집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군포=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맞아도, 버려져도 참아야 하는 아이들
▲ 최근 부모의 모국으로 돌아간 미등록 이주아동이 지은 동시 ‘내 안엔 내가 없다’. 이 아동은 ‘나마저 잃어버리고 쇠사슬에 묶여 간다’고 적었다. 아름다운 재단, 전주대 산학협력단 제공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미등록 신생아들은 한국인 유기 영아들보다 훨씬 힘겨운 삶을 맞는다. 올해 1월 어느 날 오후 9시경 서울 영등포구 한 모텔에서 핏덩이 여자 신생아가 홀로 발견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아기 엉덩이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대변을 떼어내자 아기가 날카롭게 울었다. 아기는 저체온증에 걸려 응급실로 이송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기 엄마는 미등록 중국인이었다. 경찰은 엄마에게 딸을 중국으로 데려가 출생신고 하라고 권했지만 엄마는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거부했고 최근 강제 출국됐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신수경 변호사는 “아이는 출생신고도 안 돼 보호소들을 전전하기 쉽다. 정부 지원금은 출생신고된 아동에게만 지급돼 보호소들이 예산상 입소시키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 방황하다 자해 충동까지 느껴
▲ 미등록 이주아동이 그린 자신의 모습. 바다에 빠진 자신을 사촌이 구하러 오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남양주외국인복지관 제공
미등록 이주아동을 돌보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의 배상윤 원장은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유년기에 아이들이 사랑을 받지 못하니 입소 아이들 중 30%가량은 발달이 느린 편이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 서구에서 기자와 만난 택시운전사 민승춘 씨(65)는 최근 한 모텔 앞에서 18세 태국계 소녀를 태웠다. 아이 얼굴은 붓고 까져 피가 흘렀다. 민 씨가 어찌된 일인지 묻자 아이는 서툰 한국어로 성매매 남성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해 주겠다는 민 씨 말에 아이는 “불법 체류자라 안 된다”고 속삭였다.
은수연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과장은 “탈선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정서가 불안하고 자해 위험까지 있다.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안정적으로 입소시킬 법이 생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 / 인천=김예윤 /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