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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전문기자의 사진 속 일생]가족사진은 정을 찍는 것

입력 | 2017-05-19 03:00:00


이종승, ‘주원이 바라보는 가족들’(2014년)

카메라가 귀한 시절에는 대부분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보니 갑순이네 가족사진과 갑돌이네 가족사진은 사진 속의 사람만 다를 뿐 비슷한 사진이었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사진관 가족사진은 대개 10개 남짓한 구도에 가족을 배열한 후 촬영해 가족만의 개성을 담아내지 못한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자 ‘파파라치 가족사진’이 유행을 타고 있다. 마치 파파라치가 피사체를 집요하게 추적하듯 가족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이 사진은 사진관 가족사진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파파라치 사진이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이유는 피사체가 찍히는 걸 덜 의식할 뿐 아니라 사진사가 다양한 렌즈를 적절히 사용해 주제를 확실히 나타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파파라치 사진과 같은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꼭 가족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된다. 태어난 지 100일 지난 갓난아이라면 포동포동한 손과 발만을 클로즈업해도 된다. 가족의 삶을 영상으로 남긴다는 마음으로 찍는다면 훗날 많은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용실에서, 마트에서, 놀이터에서, 공부에 지쳐 책상에 엎드린 모습에서, 빨래를 개는 모습 등등에서 다양한 추억을 건질 수 있다.

가족사진을 찍는 것은 가족만이 공유하는 정서의 공간에 들어가는 일이다. 내 가족을 찍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다른 가족을 찍는 것은 관계상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이 쉽지 않은 일을 몇 번 경험했다. 한 스님과의 인연을 통해 알게 된 이창숙 박사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나이가 같아 어머니에게 느꼈던 많은 감정을 느꼈었는데 그 감사함을 가족사진으로 보답한 적이 있었다.

이 사진은 용산 가족공원에서 3, 4시간 동안 이 박사의 3대를 기록한 가족사진 중 하나다. 온 가족이 바라보고 있는 아이가 이 박사의 외손자 주원이다. 주원이는 이 박사가 칠순을 넘겨 얻은 첫 손자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삼촌, 그리고 주원이 아빠 엄마가 주원이만을 바라보고 있다. 가족사진에 꼭 얼굴만 나와야 되는 게 아니다. 정만 있어도 된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