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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선/김정렬]한계에 직면한 지방상수도의 현실

입력 | 2017-05-19 03:00:00


김정렬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상수도에 부과된 최고의 사명은 ‘안전한 물을 생산해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원수 확보를 담당하는 광역상수도와 정수 전달을 담당하는 지방상수도의 협치를 통해서만 성공적인 완수가 가능하다. 더불어 관할권이 세분된 지방상수도의 경우 광역화나 공사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는 물론이고 상수도와 하수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범위의 경제를 구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물산업은 댐, 해수담수화, 관망설비 등과 같이 민간기업이 담당하는 건설과 제조 분야에서 국제적인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상하수도 서비스 분야는 선진국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시민들이 상수도에 바라는 공공성 수준을 감안할 때 급진적 민영화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전문성과 완결성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공공성에 안주하는 기존 체제의 한계를 계속 감내하기도 어렵다.

지방상수도는 공무원들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영 공기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허울만 공기업이지 실상은 일반 행정과 차이가 없다. 더욱이 상수도는 자치단체장의 우선순위에서 좀처럼 하위권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관선시대의 중앙정부는 이처럼 고약한 문제 해결을 위해 1989년 특별시·직할시 상수도에 본부제를 도입하였다. 본부제는 책임운영기관과 마찬가지로 인사나 재정의 자율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노조 파업과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로 공사화 전환이 계속 지연되자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자치단체장들은 상수도를 소외시키는 본청 중심의 인사를 지속하였다. 이에 승진을 위해 상수도를 떠나는 중간 간부들의 선택에 부가해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까지 결부되자 현장 인력의 장기근속도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상수도를 책임지는 본부장의 재임 기간은 1년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결국 상수도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지방공사나 공단 전환의 준비단계로 인사와 재정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책임운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상수도 지방공기업의 본질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본부장의 3년 계약제를 도입해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엄정한 성과평가를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기초자치단체의 경우에는 권역별 민간위탁이나 도 단위 광역화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지방상수도의 혁신 수단으로는 먼저 인사 측면에서 상수도의 자체적인 승진을 허용해야 한다. 또한 정수장, 관망, 결산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자격증 소지자를 배치해야 한다. 다음으로 재정의 측면에서 요금 인상보다 인건비, 재료비 등 원가 절감이 요구된다. 더불어 수요예측을 토대로 정수장의 과잉투자를 예방하거나 노후관로의 적기 교체를 통해 유수율과 음용률을 제고해야 한다. 나아가 지식행정의 견지에서 현장의 노하우를 공유 및 확산시키는 멘토제나 매뉴얼화에도 유의해야 한다.
 
김정렬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