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외교]이해찬 특사, 中지도부 릴레이 면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특사단과 만나 우회적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를 거론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福建)청에서 이 특사 일행을 만나 한중관계가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사실을 거론한 뒤 “한중관계가 매우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 서로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양국 간 이견(불일치)을 적절히 해결해 한중관계가 조속히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오도록 추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드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이다. 이 특사도 “중국과 관련된 중대한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중국과 소통과 협조를 강화해 양국 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사단은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을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점도 중국에 설명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보복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사단은 중국 측이 사드 보복 조치와 관련해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사단은 조만간 북한 핵문제 및 사드 문제를 논의할 협상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중국 측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 일원인 심재권 의원(민주당)은 “오전에 만난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사드 보복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드 문제 협상 진전 여부에 따라 그동안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실무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던 ‘양국 수교 25주년’ 기념식 및 관련 행사 준비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특사는 특파원단과 만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연계하고 평창에서 ‘동아시아 한반도 평화 독트린’을 발표하자는 제안에 시 주석의 표정이 밝아졌다”고 전했다.
이 특사는 한중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 특사는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빠르면 7월 7일과 8일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고, 수교 25주년 기념일(8월 24일)을 맞아 양국이 공동으로 기념식을 갖고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 주석과 특사단 회담은 예정 시간보다 2배로 길어진 40분간 진행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