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논설위원
백악관 젊은 실세에 ‘예우’
포틴저 방한을 앞두고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이 43세의 차관보급 인사를 직접 만나는 게 격(格)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래서 이런 비공식 접견 방식을 택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제 백악관 집무실에서 홍석현 대통령특사를 만났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까지 거론되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 주의력 지속 시간이 5분도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15분이나 면담 시간을 할애했다. 여기엔 포틴저에 대한 우리의 예우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포틴저는 독특한 경력으로 임명 때부터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의 중국 특파원으로 일하다 공안에 붙잡혀 흠씬 두들겨 맞기도 했고, 서른이 넘어 해병대에 장교로 입대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경험한 야심가다. 아프간에선 기자 시절의 취재력과 글솜씨로 탁월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해 당시 지휘관이던 플린 장군의 눈에 들었고, 백악관에 입성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까지 얻어냈다.
중국도 포틴저의 영향력을 모를 리 없다. 포틴저는 방한에 앞서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했는데, 시진핑 국가주석도 잠시 시간을 내 포틴저를 만났다. 시 주석은 우리 대표단 단장 박병석 의원을 안부 접견이라는 뜻의 ‘한쉬안(寒暄) 회동’으로 5분가량 만난 것과 같은 수준에서 포틴저를 예우했을 것이다. 중국은 정상포럼에 정상급이 참석하지 않은 국가 중 일부 대표에게 이런 약식 접견 기회를 줬다.
시 주석은 어제 이해찬 대통령특사를 만나서도 4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과거 우리 특사가 방문했을 때 나란히 앉았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이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듯 좌석을 배치한 것을 두고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한국 정부와는 상종도 않겠다던 중국의 태도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환대 후 날아올 청구서는?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