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취임사서 통합과 소통 강조 사분오열 정치권, 협치 쉽지 않아 정파 이익 집착말고 상대 입장 존중, 이해와 협조 구해야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
김구 선생은 자신의 정치 이념을 ‘자유’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세우고자 하는 나라도 자유의 나라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유’라는 이 한마디 말로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이념적 지표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이 논설은 다음과 같이 끝이 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이 마지막 대목이야말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흔히 정치연설이라면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떠올리지만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야말로 그 내용이 절실하고 구체적이며 그 뜻이 참으로 높고 고상하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고 우리 사회도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오욕처럼 느껴졌던 어두운 시간이 흘러갔고 혼돈의 긴 터널도 끝이 났다. 하지만 오늘의 정치 현실 속에서 국민 통합이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전망하는 언론 보도도 적지 않다. 여러 정치 세력의 사분오열을 눈앞에 두고 ‘협치’라는 게 과연 가능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선거에서 지역만이 아니라 세대별로도 정치적 이념이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이념의 대립, 지역의 갈등, 세대의 단절을 극복하고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분열과 갈등의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하는 일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주장과 의견의 대립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협치를 위해서는 권력을 잡은 편에서 먼저 양보하고 상대방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면서 모두가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어디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눈앞의 정파적 이해만 따지면서 반목과 질시로 서로 배척하는 데 몰두한다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모두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가운데서도 상대방의 비판과 견제를 이겨내고 타협과 조정으로 화합의 길을 찾을 수 있을 때 민주주의의 참뜻이 살아난다. 정치적 이념과 지향이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상생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는 사회가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다. 문 대통령과 새 정부에 바라는 국민의 소망도 바로 이것이다.
권영민 문학평론가·단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