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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삽화로 보는 레 미제라블의 결정적 장면

입력 | 2017-05-20 03:00:00

◇레 미제라블 106장면/가시마 시게루 지음/이연식 옮김/500쪽·3만 원·두성북스




장발장이 유리창을 깨고 손을 뻗어 빵을 훔치는 이야기 초반부 장면. 두성북스 제공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은 영화와 뮤지컬로도 제작돼 누구나 내용은 익숙하지만, 정작 위고의 원문을 읽은 이들은 드물다.

19세기 프랑스 문화와 소설을 파고들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저자 가시마 시게루는 이런 점에 착안해 삽화로 보는 레 미제라블을 펴냈다. 현재 메이지대 국제일본학부 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는 “읽히지 않는 명작 중의 한 부류는 영화나 드라마로 몇 번씩이나 만들어졌기 때문에 읽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들인데, ‘레 미제라블’이 그렇다”고 책을 쓴 계기를 밝힌다. 위고의 원서를 읽기가 부담스럽지만 그 속살을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레 미제라블’ 속 106개의 주요 장면을 꼽아 그 배경과 뒷이야기를 다룬다. 원서 1부 1장 ‘올바른 사람’에서 등장하는 교회사(敎誨師·교도소에서 인도를 목적으로 죄수에게 설교하는 사람) 미리엘 주교가 충격을 받은 에피소드를 삽화와 함께 담고, 위고에게 이 스토리가 어떤 의미인지 소개하는 식이다. 프랑스 바리케이드 시위의 주요 장면은 물론 장발장과 자베르 등 소설 속 등장인물의 고뇌가 느껴지는 장면도 담겼다. 소설의 내용을 꼼꼼히 다루되, 때로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회, 역사적인 고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장발장’이란 이상주의적 인류애를 가진 인물뿐만 아니라, 빈곤과 무지가 만들어낸 당시 사회의 암울했던 현실까지 폭넓게 짚는다.

1862년 벨기에 브뤼셀과 파리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된 ‘레 미제라블’ 초판에는 삽화가 전혀 들어 있지 않았다. 이후 책을 그림과 함께 감상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구가 커지자 삽화 200점을 더한 에첼&라크루아판이 나왔고, 그 뒤에도 ‘더 많은 그림을, 값싸게 보고 싶다’는 반응이 끊이지 않자 에밀 바야르 등 당대 화가들이 삽화 350여 개를 그려 넣은 ‘위그판’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당시 15만 부 이상이 팔리며 인기를 끈 에첼&라크루아판에 실렸던 삽화와 위그판에서 선별한 삽화 등 총 230점의 삽화가 실렸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