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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피플] 고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을 추억하며

입력 | 2017-05-22 06:57:00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 마련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 위원장 추모 공간.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2009년 5월 제62회 칸 국제영화제가 한창이던 때였다. 쪽빛 지중해 물결이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해변가에서 당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의 수석프로그래머로서 세계 다양한 영화제를 찾아 좋은 영화를 물색하고 또 스타급 배우와 감독 등 영화관계자들을 부산으로 초대하기 위한 바쁜 발걸음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이란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을 올해 부산으로 초대하려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2000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취한 말들의 시간’으로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런 감독을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하기 위해 숱한 메일과 만남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살짝 ‘기삿거리’ 하나는 던져 주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이 중동에 파병된 한국군 병사가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기획 중이라는 귀띔이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김 수석프로그래머는 변함없이 미소로 맞아주며 이런저런 정보를 건네주곤 했다.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겸 수석프로그래머는 그러나 이제 세상에 없다.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아 출장 업무를 수행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칸을 찾은 한국은 물론 해외 영화 관계자들의 충격과 안타까움은 너무도 크다. 영화진흥위원회가 팔레 데 페스티벌 옆 아고라 해변에서 문을 연 부스에서 그를 기억하게 하는 추모 공간을 마련했고, 각국 영화 관계자들은 애도의 발길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칸 국제영화제는 물론 베를린, 로테르담 등 해외 영화제 측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의 성과와 업적을 기리는 추모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소식을 전해야 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비보를 듣고 찢어지는 가슴으로 칸으로 날아온 유족과 향후 절차를 논의 중인 그들의 심정도 비통할 수밖에 없다.

고인은 영화제 배지를 목에 걸고 가방을 둘러메고는 칸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한시도 쉬지 않은 채 바쁜 걸음을 멈추지 않았던, 열정적인 영화인었다. 영화평론가로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시아권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고 한국영화를 열심히 해외에 알리던 영화계 소중한 전문가였다. 무엇보다 늘 소박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이제 떠나보낸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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