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 테스트베드, 서울시 노동정책 살펴보니
서울시는 올해 ‘타임 셰어링’ 시범기관으로 서울의료원과 서울신용보증기금을 지정해 신규 채용에 나섰다. 기존에 일하는 정규직들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신규 채용 인원을 업무에 투입하는 것이다. 2015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자리 대장정’ 때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이다. 서울의료원이 간호사 15명을, 서울신용보증기금이 행정사무직 10명을 채용해 최근 업무에 투입했다. 문 대통령이 81만 개 공공일자리를 늘린다며 예시로 언급한 경찰·소방 분야 및 교육 일자리 역시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타임 셰어링’은 고용이 늘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필연적으로 기존 일자리의 임금이 줄어든다. ‘시간외수당’ ‘연가보상비’와 같이 기존의 초과노동시간에 받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신규 채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현실화되고 일·가정 양립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외수당과 휴일(주말)수당을 임금의 일부분처럼 운용하고 있는 공공기관일 경우 정규직 임금이 실질적으로 삭감되는 결과를 불러일으켜 내부 갈등의 소지가 있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청소와 시설경비 주차 등 기존에 용역회사로 지불되던 간접비용이 사라지면서 서울시가 투입하는 예산은 기존보다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겨진 과제는 여전히 많다. 순차적으로 정규직화를 하면서 여기에서 빠진 노동자층의 불만은 여전하다.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8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하는 핵심 안전 7개 분야 682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매일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규직화는 하나의 시작일 뿐 기존 정규직과 새로운 공무직이 융합하는 임금·승진 제도를 만들고 시행착오를 고쳐 나가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형태의 간접고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어 우리 사회가 공공일자리에 어느 정도 세금을 투입할 수 있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