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장관에 非고시 출신 강경화 지명… 순혈주의 뚫고 파격인사 후보로 거론 안됐던 비주류… 유엔선 “총장 3명이 반한 여성”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여성인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했다.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이 탄생한다. 강 후보자가 유엔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유엔
문재인 정부 첫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62)가 21일 지명됐다. 그동안 외교안보라인 인선 명단에 한 번도 거론되지 않은 인물의 깜짝 발탁이자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유리천장’을 깨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다.
강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1948년 출범 이후 순혈주의가 강한 70년 외교부 역사상 첫 여성 장관이 된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인 데다 미국 중국 등과의 양자 외교를 경험하지 않은 ‘비주류’라는 점도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금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적임자”라고 직접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반 전 총장도 강 후보자를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으로 발탁해 중용했고 “내 옆에서 도와 달라”며 임기 끝까지 곁에 뒀다. 지난해 10월 반 전 총장 퇴임을 앞두고 귀국을 하기 위해 짐을 싸던 중에 신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인수팀장으로 발탁됐고 현재 유엔 서열 3위인 정책특별보좌관을 맡고 있다. 당시 유엔에서 함께 근무했던 외교 소식통은 “자기주장이 강한 유엔 직원들 사이에서도 합리적이고, 균형감이 있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고 전했다.
강 후보자가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것은 아니었다. 강 후보자는 이화여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 매사추세츠대 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아버지 고(故) 강찬선 KBS 아나운서 뒤를 이어 KBS 영어방송 PD 겸 아나운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전화 통화를 통역한 걸 계기로 DJ의 정상회담 통역으로 활약했고, 1999년 1월 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 보좌관으로 특별 채용돼 외교부에 정식 입부했다.
▼ 靑, 강경화 장녀 위장전입 공개하며 발탁… 강경화 후보자측 “딸, 美국적 포기하기로” ▼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유엔 산하기구인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보 겸 부조정관이던 2013년 4월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유엔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64)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이 교수와는 연세대 재학 시절 영자신문사에서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근무할 당시 세 자녀를 데려가 혼자 키운 ‘열혈 워킹맘’이기도 하다. 2014년 조기 은퇴 후 경남 거제에서 살고 있는 이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 정책이 정해지면 유엔 경력과 인맥을 활용해 국제무대에서 잘 전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외교부 내에선 “보수적이고 순혈주의가 강한 외교부를 상대로 ‘부드러운 개혁’을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북핵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엔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강 후보자 장녀의 위장 전입 사실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선 발표 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 수석과 마지막 회의를 가진 자리에서 “(지명 사실 발표와 함께) 위장 전입 등도 언론에 공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했던 원칙도 어기면서 여성 인재 등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이다.
강 후보자는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기 위해 친척 집에 위장 전입시킨 바 있다. 이 교수는 딸 위장 전입과 관련해선 “위장 전입은 잘못한 일”이라며 “죄송하다 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딸의 국적 포기 논란에 대해서는 “미국 유학 시절 딸을 낳았고 성인이 된 딸이 스스로 한 선택”이라며 “‘딸이 미국 시민권자이면 엄마가 외교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이해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설명에 딸이 엄마의 일을 존중해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