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지금 칸에서는]봉준호 “돈을 벌기위해 동물을 먹는 인간의 행태 비판”

입력 | 2017-05-22 03:00:00

베일 벗은 ‘옥자’ 감독-배우 반응




“소감요? 생선이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옥자’의 공식 상영회를 마친 다음 날인 20일 오후(현지 시간) 한국 기자들과 따로 만난 봉준호 감독(사진)은 이렇게 소감을 털어놨다. 칸으로 떠나기 전 경쟁부문 진출 소감을 묻자 “불타는 프라이팬 위의 생선 같아 설레면서도 두렵다”던 그였다. ‘옥자’는 먼저 진행된 언론 시사 때 막이 덜 올라간 채로 영화가 상영돼 8분 만에 중단되는 소동을 겪었다. “오프닝을 두 번이나 봐주게 돼 행복하다”고 했지만 ‘새까맣게 타버린 생선’은 그의 복잡한 심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는 작품 중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의 캐릭터에 대해 “만화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 코난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액션을 보여주는데, 코난의 여자아이 버전을 만들고 싶었다”고 영화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영화의 주제는 미자와 돼지와 하마를 섞은 것 같은 동물 ‘옥자’ 사이의 우정이다. 봉 감독은 옥자의 이미지에 대해 “가장 수줍고 순하고, 남이 공격해도 당하기만 하는 동물의 인상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돼지, 하마, 코끼리의 요소를 섞었지만 얼굴은 매너티라는 동물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다국적 기업 미란다 코퍼레이션은 옥자를 미래식량으로 쓸 생각으로 생포하려 한다. 봉 감독은 “인간이 오랜 기간 동물을 먹긴 했지만 자본주의 이전에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데 반해, 지금은 동물이 애초부터 먹기 위해 키워진다”면서 “원초적인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옥자라고 명명한 데 대해선 “같은 이름을 가진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가장 촌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면서 “그런 이름과 뉴욕 맨해튼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을 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출연 배우들도 함께했다. 미자의 할아버지 역으로 나온 배우 변희봉은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에 대해 “칸에 오는 것은 배우의 로망”이라면서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라면서 감격해했다. 봉 감독은 변희봉의 연기에 대해 “파도 파도 더 나오는 뭔가가 있다”며 찬사를 보냈다. 미자 역의 안서현은 “영화를 보면서 제가 진짜로 애지중지 키운 옥자를 처음 보여드리는 느낌이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공개된 뒤 외신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봉준호의 느낌이 강하면서 유머와 정치적인 생각을 할 거리가 교묘하게 섞인 작품”이라고 호평했지만, 버라이어티는 “일각에서는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전작들과 비교해 다소 평범한 작품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언급했다.

20일 발간된 영화 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에서는 각국의 11개 매체가 점수를 매긴 결과 평점 2.3점(4점 만점)을 받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경쟁작 4편 가운데 3위다. ‘옥자’의 수상 여부는 28일 저녁(현지 시간) 가려진다.
 
칸=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