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황선도 지음·서해문집 2017년
백선희 번역가
경남 남해군 지족해협 죽방렴의 전통적 어업 현장. 백선희 씨 제공
그런가 하면 미식가나 음식 평론가처럼, 혹은 낚시꾼처럼 계절별 최고의 횟감을 추천하면서 회 치는 법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방어는 눈 주위, 삼치는 ‘배받이살’이 가장 맛있다고 귀띔한다. 또한 각 해산물의 풍부한 영양소도 일러주고 물고기 성질에 따른 색다른 낚시법도 소개한다. 혹은 김홍도 등의 풍속화를 분석하며 그림 속 낚시꾼이 어느 계절 어느 장소에서 무슨 물고기를 잡았으리라 추론도 하고, 개인적 경험담을 토대로 섬 여행의 매력을 설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는 진수성찬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멸종위기종이 늘어가는 해양 현실에 대한 염려도 전한다. 매년 약 2조7000억 마리의 물고기가 바다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어종 고갈과 바다 오염은 흔하게 듣는 뉴스다. 수산물을 그저 우리 밥상을 채우는 반찬쯤으로 여기는 시각을 벗고, 해양이 지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환경 생태계임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도, 해양생물도 각각 자연생태계의 구성원이다.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다.
남해의 죽방렴, 강화도의 건간망, 제주의 원담. 이 전통적인 ‘슬로피시’들에서 느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바다 숲을 보호하는 청색혁명을 생각할 때다. 우리 삶의 풍경 깊숙이 밴 소중한 비린내를 잃기 전에. 사라진 물고기들이 돌아올 날을 고대하며 생태계 복원에 힘쓰는 토종 해양생태학자가 외치는 말이다.
백선희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