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잘 먹고, 많이 움직이고, 정기검진… 어르신 3대 장수 비결이죠”

입력 | 2017-05-22 03:00:00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장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노인 건강이 개인을 넘어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17일 인터뷰한 노인의학 전문가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식사를 대충 때우는 한국 노인의 식습관이 건강을 악화시킨다”며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 5대 영양소를 고루 챙겨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올해 진입한다. 출생아는 매년 줄지만 노인 인구는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추세라면 9년 후인 2026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앞으로 노인 건강은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노인 의학 전문가인 이홍수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노인의학센터장)가 꼽은 장수 비결을 소개한다.

“잘 먹는 게 노인에게 가장 중요해요. 5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가 골고루 포함된 식사를 하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합니다.”

17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만난 이 교수는 장수를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인 대다수가 혼자 살거나 부부 단둘이 살다 보니 끼니를 대충 때우는데, 이런 식습관이 장기적으로 노인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고기는 몸에 안 좋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평소 고기를 안 먹다가 빈혈이 생기고 몸이 쇠약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적지 않다”며 “육류 섭취는 빈혈을 예방하고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남병원 부원장을 지낸 그는 “당시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한 끼는 반드시 집 근처 복지관에서 드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한 끼만 제대로 챙겨 먹어도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라도 신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1주일 3회 이상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30분 이상 운동해야 한다. 그는 “노인들에게는 걷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운동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더라도 각자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속적으로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장수 비법으로 정기 검진을 꼽았다. 누구나 ‘무병장수’를 원하지만 현실에선 ‘유병장수’인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결국 병을 얼마나 조기에 발견하는지가 건강을 좌우한다. 실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1세(2015년 기준)지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보내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수명은 73.2세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병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정기 검진을 받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아는 주치의를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주치의는 노인 환자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경험 많은 의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노인 절반(49.4%)은 3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어 여러 질환을 동시에 진료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 같은 병에 걸려도 노인에게는 젊은 사람과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예컨대 폐렴의 전형적인 증상인 기침, 가래가 아니라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는 증상이 나타나는 식이다. 또 치매로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병원에 오거나 약을 제대로 챙겨 먹는 게 어려운 환자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이런 특성을 복합적으로 다뤄야 바람직한 노인 진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노인의학센터는 노인 환자들에게 좀 더 편안하고 정확한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지난달 문을 열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상주하며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 환자에게 맞춤형 진료를 제공한다. 환자들은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접수, 진료, 검사, 수납까지 센터 내에서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센터에서 미래 지향적인 노인 진료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