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경기 침체로 경제성장 정체… IMF, 올해 한국 성장률 2.7% 전망 주요 기업들 과감한 투자-기술혁신… 미래 먹을거리 준비에 총력 기울여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경기 침체로 성장세가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IMF는 9일 발표한 ‘2017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 저조한 소비가 경제 성장에 압박을 가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의 경제성장이 정체 국면을 맞으면서 주요 기업들은 신사업과 사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재도약의 계기로 삼는 기업들이 많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고 친환경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까지 평균 연료소비효율을 25% 높이겠다는 ‘2020 연비향상 로드맵’과 총 28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이겠다는 친환경차 중장기 전략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에 나설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서든데스(돌연사) 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성장을 위한 페달 구르기를 멈춘다면 언제든 기업의 생명이 끝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SK그룹 주력 관계사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할 때일수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격 경영’을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7조 원을 투자해 기술 중심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SK이노베이션은 3조 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를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SK텔레콤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총 11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는 일찌감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동차부품 분야를 선정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계열사마다 전문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LG CNS의 자회사였던 자동차부품 설계 기업 ‘V-ENS’를 합병해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로 출범시키고, 자동차 부품 사업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 역할을 담당할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준공해 본격적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2015년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LG디스플레이는 유럽, 미국 등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신 회장은 또 질적 경영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와 사회 변화에 발맞춘 신규 영역 개척을 통해 미래 성장을 준비하고, 준법경영과 이웃과의 나눔을 실천하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좋은 기업이 될 것을 주문했다.
GS칼텍스는 바이오케미칼 및 복합소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9월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여수에 바이오부탄올 시범 공장을 착공해 올해 하반기(7∼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사업지주회사인 GS에너지는 신평택발전, 동두천드림파워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을 확장해왔다. 청라에너지 및 인천종합에너지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집단에너지사업의 지역적 기반도 마련했다. 올해 1월엔 보령 LNG 터미널이 상업가동을 시작하며 연간 300만 t의 LNG를 저장·공급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LNG 직도입 등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및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적극적인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GS리테일은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K뱅크’에 참여해 새로운 사업에 나서고, 인터컨티넨탈호텔을 보유한 파르나스를 인수했다. GS홈쇼핑은 상품 확보 및 판매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경영방침을 ‘4차 산업사회 선도’로 정하고 격변하는 사회에서 기업 경쟁력을 키워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 개발 및 서비스 강화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는 프리미엄 서비스 및 마케팅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국제강은 선제적인 투자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로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을 펼쳐 나갈 방침이다. 최근 브라질 CSP제철소 설립을 발판으로 글로벌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한국과 브라질을 잇는 이른바 ‘철강 벨트’ 구축은 동국제강이 2005년부터 계획한 기업 숙원사업으로 이제 성공적으로 첫 단추를 끼운 셈이다. 동국제강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로 글로벌 전략을 펼치는 한편 국내에서 지속적인 R&D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