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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에 ‘0점’ 주고 7위를 국가대표로 뽑은 ‘볼링 대통령’ 구속

입력 | 2017-05-22 21:46:00


2010년 2월 볼링 국가대표를 뽑는 선발전이 열렸다. 같은 해 11월 중국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 선수를 뽑기 위해서다. 후보 8명이 4차례 평가전을 거쳐 6명이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있었다. 선발 기준은 실기 70%, 지도자 평가 30%다. 4차례에 걸친 실기평가 순위가 가려졌다. 1, 3위를 차지한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출전이 매우 유력한 상황. 하지만 두 선수 모두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했다. 지도자평가 점수에서 ‘0점’을 받아 최종 평가에서 7, 8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0점을 준 인물은 당시 볼링 국가대표 감독 A 씨(64). A 씨는 두 선수에게 “군대를 안 간 선수에게 국가대표를 양보하라”고 협박했다. 두 선수는 앞으로의 볼링 선수 생활이 걱정돼 A 씨의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는 최종 탈락했고 실기평가에서 7, 8위에 머물던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두 선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볼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고 연금까지 수령했다. 반면 국가대표에서 탈락한 두 선수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한 A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른바 ‘볼링계 대통령’으로 불렸다. 1999년부터 2012년 사이 9년간 대한볼링협회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고 7년간 대한볼링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A 씨는 또 2012년 국가대표 감독과 협회 부회장직을 그만둔 뒤에도 선수와 학부모 등 피해자 24명에게 “생활비가 없다”며 거짓말을 한 뒤 8272만 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마카오와 강원 정선군을 돌아다니며 도박을 하는데 돈을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