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읽는 노건호 씨. 2015년 6주기 추모식(위), 2017년 8주기 추모식(아래) (유튜브 영상 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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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아들 노건호 씨는 그간의 추도식 때와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결기나 분노를 내려놓은 편안한 얼굴이었다.
이날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마이크 앞에 선 노 씨는 “이번 추도식은 감회가 남다르다. 오늘 추도식을 맞이하는 이 마음 이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며 “아버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은 막걸리 한잔하자고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으로 그 동안 쌓였던 분노가 어느 정도 풀린 듯 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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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노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노 씨는 김무성 의원을 면전에 두고 “전직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내리는 빗속에서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토하듯 줄줄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비꼬았다.
노 씨는 또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 하시려나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본인도 그간의 사건들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도 없으시니, 그저 헛 꿈이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오해하지 마십시오. 사과? 반성?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김무성 의원은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렸다.
노 씨는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그 다음해인 2016년 7주기 추도식에서는 최대한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하지만 표정은 전과 마찬가지로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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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씨는 바뀐 헤어스타일에 대해 “정치적인 의사 표시도 아니고 사회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종교적인 의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좀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나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여드리게 됐다”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전국의 탈모인 여러분에게 심심한 위로와 동병상련의 정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권양숙 여사도 밝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추도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노 씨가 추도사를 마치고 자리에 내려오자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아줬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