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옹진군 대청도의 해안 절경 중 군부대 요새화 공사로 해안이 훼손된 지두리해안 방어진지 주변.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20일 비경(비境)으로 유명한 대청도의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수놓은 농여해안, 미아동해안, 지두리해안으로 들어서자 흉물스러운 군 시설물이 눈에 띄었다. 바닷가와 맞닿은 야산지대를 중장비로 잘라내고 국방색 콘크리트 방어진지를 구축했다. 숲속 중간에 조성한 50∼300m의 방어진지 주변은 황토색 흙이 드러나 삭막했다. 콘크리트 진지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에는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한 초록색 그물망이 쳐졌다.
이들 해안에는 10억 년 전의 생명체인 남조류(藍藻類)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이뤄진 바위층이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화석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최근 지두리해안 방어진지에 풀과 나무를 심는 복구공사를 벌이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중단됐다. 대청도 주민 A 씨는 “군 당국이 황폐화된 지대에 형식적인 복구 작업을 하려 한다”며 “거센 비바람에 토사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데다 훼손된 환경 복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로 20분이면 섬을 한바퀴 돌 수 있는 대청도에서만 30여 곳의 방어진지 공사가 이 같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국내 9번째로 큰 섬인 백령도에서도 요새화 공사가 200곳 가까이 이뤄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천지역 섬 답사를 벌이고 있는 ‘황해섬네트워크’의 장정구 섬 보전센터장은 “군 당국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당초 계획한 대로 지하화공사를 하지 않고 있는 바람에 서해5도에 생채기가 나고 있다”며 “천혜의 환경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복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당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같은 남북 대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1, 2단계로 나눠 4000억 원을 투입해 서북도서(島嶼) 요새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요새화 공사에 따른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복구공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환경훼손에 따른 주민 반발이 커지면 준공 처리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