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콘서트장 폭탄테러 22명 사망
10대 영국 소녀 에비 브루스터 양은 22일(현지 시간) 엄마와 함께 들뜬 마음으로 자신의 롤모델인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을 찾았다. 생애 첫 콘서트 관람이었다. 마지막 노래를 듣고 깊은 여운을 안은 채 공연장을 나오는 도중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곧이어 귓가에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체 모를 연기와 타는 듯한 냄새까지…. 그의 행복은 한순간에 악몽으로 변했다.
한 목격자는 “폭탄 파편으로 볼트와 너트가 날아다니고 그 속에 사람들 피와 살점도 함께 날아다녔다”며 몸서리쳤다. 크리스 파커 씨(33)는 “폭발 후 부상자들을 구하러 다니다 다리와 머리를 심하게 다친 60대 여성이 내 품에서 숨을 거뒀다”며 “한마디로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가족이나 친구를 찾는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사고가 난 지 5시간이 지난 오전 3시경, 한 17세 소녀는 “엄마가 사라졌어요. 폭발할 때까지 제 옆에 있었는데”라며 현장을 돌아다녔다. SNS에는 맨체스터실종자들(#ManchesterMissing) 해시태그를 단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이번 테러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소프트 타깃’ 테러지만 10대 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테러의 유형이 점점 잔혹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자에는 랭커셔 지방의 대학생 조지나 칼랜더(18)와 초등학생 새파이 로즈 루소스(8)가 포함돼 있으며 실종자에도 10대가 다수 포함돼 있다. 부상자 59명 가운데 16세 이하가 12명이나 된다.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매우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격분했다.
테러 용의자는 현장에서 폭발과 함께 즉사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남부에서 23세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돼 공범이 영국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영국은 3월 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차량 테러가 발생한 이후 테러 경계 태세를 강화한 지 두 달 만에 또 테러가 발생하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공연장 입장 때 가방검사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대처가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