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아국제금융포럼]1997년 IMF 구제금융 협상 실무 휴버트 나이스 前국장
“비록 몇 가지 결점 때문에 경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났지만 2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에 취했던 정책은 적절했다.”
1997년 한국과 IMF의 구제금융 협상 실무를 주도한 휴버트 나이스 전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82)이 23일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당시의 선택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나이스 전 국장은 당시 무표정한 얼굴로 신문과 TV 등에 출연해 한국 정부에 고강도 개혁을 요구해 국내에서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 협상단에 참여한 한국 측 인사들은 “합리적인 인물”로 기억한다. 그는 외환위기 극복에 도움을 준 공로로 2002년 한국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나이스 전 국장은 당시 한국의 외환보유액 현황이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IMF에서는 ‘한국은 금방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협상을 위해 한국에 와 보니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이라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한 그에게 외환위기 때 가장 어려웠던 일을 물었을 때도 이 순간을 꼽았다. 이 때문에 고금리와 긴축재정을 도입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당시 시행된 고금리 정책에 대해선 “금리 인하 시점이 다소 늦었다”며 부작용을 인정했다. 당시 20%대 고금리에 시달린 국내 기업과 가계가 ‘파산 쓰나미’를 겪기도 했다.
나이스 전 국장은 “한국이 외환위기를 잘 넘겼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 때 타격이 적었고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었다”라고 회고했다.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얻게 된 위기 감지 시스템과 해결책을 찾는 능력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20년 동안 한국의 변화에 대해서 ‘A-’ 학점을 줬다. 외환위기로 시작된 한국의 개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잠재력을 키워 저성장을 극복하고, 성장을 기반으로 하는 소득 재분배와 일자리 창출이 자리 잡아야 비로소 위기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휴버트 나이스 전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강연 발표자료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