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8주기 추도식]문재인 대통령 추도사… ‘새 정부’ 포부 밝혀
추도사 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약 5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밝혔다.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같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정계에 입문해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노무현 정부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뛰어넘어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 나라다운 나라로 확장해야 한다”고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 같은 공간, 달라진 분위기
2010년 5월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의 1주기 추도식은 굵은 빗줄기 속에 치러졌다. 노란 우의를 입은 추모객들은 엄숙한 애도의 분위기 속에 연신 눈물을 훔쳤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고 그분의 정신과 가치를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대통령의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 숨어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면서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야, 기분 좋다!”는 말은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임기를 마친 뒤 봉하마을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 전 대통령 추모식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할 정도로 각별했다.
이번 대선에서 ‘친노(친노무현)’ 색채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정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 전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 측근들의 공통된 평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꿈에 보고 싶은 얼굴’로 노 전 대통령을 꼽았다. “꽤 여러 번 꿈에서 만났으나 대화를 못해 아쉽다”는 게 이유다.
○ 文, “성공한 대통령 되어 다시 올 것”
노건호씨 “탈모 심해 삭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오른쪽)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서 유족 인사를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오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있다. 문 대통령 왼쪽은 권양숙 여사, 오른쪽은 눈물을 훔치는 김정숙 여사, 정세균 국회의장. 김해=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권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의 부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진영의 대립에서 벗어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 참석이라고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식 참석으로 벌어질 수 있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앞서가면 더 속도를 내고, 국민이 늦추면 소통하면서 설득하겠다”며 “문재인 정부가 못 다한 일은 다음 민주정부가 이어갈 수 있도록 단단하게 개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새 시대를 여는 첫차가 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보수 진영에 정권을 넘겨줬던 일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문 대통령 외에도 민주당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김해=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