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前대통령 첫 재판]속도 내는 재판부 “따로 심리땐 증인 이중 소환해야… 공소사실 일치… 낭비할 시간 없어” 형량 어떻게 되나 1억이상 뇌물 인정땐 최소 10년형… 선고유예-집행유예도 적용 안돼
그래픽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첫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 사건을 공범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재판과 합쳐서 진행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범죄가 하나의 사건이므로 함께 심리해 최대한 빨리 선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구속 만기(10월 16일) 이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부터 매주 3, 4회씩 열리는 재판에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계속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된다.
하지만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50)는 “피고인(박 전 대통령)에 대해 아무런 예단이나 편견 없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히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일축했다. 또 “두 피고인을 따로 심리하면 중복되는 증인을 이중으로 소환해야 한다”며 “증인신문을 양측에서 함께해야 모순점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55)는 “유감스럽지만 받아들이겠다”며 재판부 결정에 승복했다.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부가 법령과 증거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18가지에 달하고, 박 전 대통령이 이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재판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재판부의 병합 결정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0월 16일 이전에 1심 선고가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이재용 부회장, 재판 도중 석방될 수도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최대 승부처는 18개 혐의 중 형량이 가장 무거운 뇌물죄(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가 인정될지 여부다. 뇌물을 받은 액수가 1억 원이 넘으면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이다. 선고유예나 집행유예는 각각 징역 1년 이하, 징역 3년 이하의 형을 선고할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유죄가 선고되면 실형을 피할 길이 없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 공여)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은 별도로 진행 중인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돈을 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회장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아직까지 “삼성에 돈을 달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자세다. 하지만 만약 두 사람이 법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말을 바꿀 경우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선고 시점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선고 시기와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 사건을 먼저 선고하면 그 결과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는 8월 27일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구속 만기 전 구치소에서 석방돼 박 전 대통령 선고가 내려지는 10월경까지 재판 결과를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