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 산업부 기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너무 복잡하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상점에 앉아 북적이는 쇼핑몰을 바라보는 마음은 얼마나 고달플까. 그의 시각에서 보면 대형 쇼핑몰은 ‘악(惡)’이다. 요즘 화제에 오르내리는 부천 신세계백화점, 서울 롯데 상암몰 건립 예정지 주변 중소 상인들의 마음이 그럴 것이다.
반면 지역 주민들에게 대형 상업시설은 동네 발전에 대한 희망이다. 일자리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일터다. 납품처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에는 판로 개척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들에게 대형 쇼핑몰은 ‘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과정에 소비자는 없었다. ‘단체’가 없는 소비자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4년째 상생협의 불발로 착공을 못 하고 있는 롯데 상암몰 부지 주변 지역 주민들은 중재자가 돼야 할 서울시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부천 소비자들은 ‘다른 동네가 지역 발전에 힘쓸 때 왜 우리만 변하지 말라는 것인가’라는 불만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취재 중 만난 한 교수는 이런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자 구도에만 빠지면 소비자, 지역 주민, 입점업체 등 이해 당사자들은 외면받는다는 얘기다. 그건 진짜 상생이 아니다.
화제를 돌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진짜 상생의 사례를 찾아보면 어떨까. 요즘 일본 도쿄에서 가장 ‘핫’한 쇼핑몰의 탄생 뒤에는 주민, 상인, 전문가, 기업, 디자이너의 협업이 있었다. 주인공은 도쿄 긴자 지역에 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생긴 ‘긴자 식스’다. 일본이 자랑하는 구사마 야요이 등 아티스트들이 문화를 담았고, 디오르 펜디 등 241개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17일 개장식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찾아 “세계에 자랑할 일본의 명물”이라고 외쳤고, 긴자 상인회는 “쇠락한 긴자 거리의 명성을 되살리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김현수 산업부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