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 경제부장
하지만 22일 정부의 4대강에 대한 정책 감사 지시 발표는 듣는 내내 “도대체 왜 지금”이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더군다나 청와대는 발표 말미에 “개인의 위법·탈법 행위 적발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감사 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원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언급이다.
새 정부 출범 후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검증 작업이 이뤄지리란 예상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일부 시민단체들이 4대강에 대해 줄기차게 뿌리 깊은 반감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초기 해결해야 할 산적한 경제 사회 안보 문제들을 제쳐두고 4대강 사업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꺼내든 건 이해하기 어렵다. 4대강 사업은 보수, 진보의 진영 논리를 떠나서 찬반이 엇갈릴뿐더러 사업 효과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아서다. 또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의 근거로 제시되는 환경 훼손이나 경제성 논란 등도 찬반의 입장 차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이런 조치들이 공직사회에 미칠 영향이다. 정권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책임 추궁의 화살은 당시 행정책임을 맡았던 공직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당시 책임자로 일했던 공직자들의 이름을 거명하고 처벌 운운하는 언론이 적잖다. 이 같은 마녀사냥의 결과가 ‘변양호 신드롬’을 낳았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야기했다. 정부의 4대강 정책 감사 발표가 있은 뒤 만난 전직 고위 관료는 “한국 사회에서 공직자로 살아남기 위해 명심해야 할 금언 중 하나가 ‘부작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래서는 공직사회가 창의성을 가지고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나 국내 경제가 처한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파괴적인 혁신을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말 그대로 한 치 앞의 미래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가 ‘김빠진 사이다’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