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선착 U-20월드컵 한국대표팀
‘신나라 코리아.’
20세 이하 월드컵 축구대표팀의 팀 슬로건이다. ‘신바람 축구’를 이끌고 있는 공격수 이승우(19·FC바르셀로나)는 골을 성공시킬 때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춤을 추거나 자신의 유니폼을 가리키며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 뒤 신태용 감독(47)에게 달려가 안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이 결승골을 터뜨리고 나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포옹한 장면과 같다. 이승우는 “(감독님께 안긴 것은) 억지로 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이었다. 골을 넣을 때마다 감독님께 달려갈 것이다”라며 웃었다.
이승우와 신 감독의 모습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히딩크호’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한국은 23일 전주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대회 최다(6회)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2-1로 꺾었다. 한국은 20세 이하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팀의 상승세는 선수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청소년대표팀의 ‘멕시코 4강 신화’ 재현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신 감독은 대게로 유명한 경북 영덕 출신이다. 그는 “고향에서는 내가 대게만큼 유명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그가 이끄는 대표팀은 밝고 자유롭다. 선수들이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는 ‘힙합 파티’가 벌어진다. DJ는 골키퍼 송범근(20·고려대)이 맡는다. 감독도 함께 즐긴다. 신 감독이 딱 한 번 선수들의 ‘힙합 파티’를 중단시킨 것은 버스 안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즐겨 듣던 잔잔한 노래가 나왔을 때라고 한다. 신 감독은 선수들의 숙소 생활에도 많은 제약을 두지 않았다. 선수들이 숙소 밖으로 외출해 카페에서 종종 차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는 이유다. 신 감독은 “방에만 있으면 몸이 무거워질 수 있으니 잠시 산책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개성이 강한 이승우는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신 감독은 “나도 스무 살 때는 장난을 많이 치는 선수였다”면서 “승우의 자유로운 행동을 허용해주는 대신 그라운드 위에서 자유만큼의 책임감을 갖고 뛰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자유를 줬고 이는 신나는 팀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수비수 이상민(19·숭실대)은 선수들이 저녁식사 후 자발적으로 식당에 모인다고 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참석하지 않는 선수들만의 작전회의다. 이상민은 “의견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한다. 각자 특성을 파악하고 선호하는 세부 전술을 종합해 조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26일 잉글랜드와의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 3연승을 기록한다.
신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좀 더 많은 팬과 함께 즐기고 싶다고 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는 각각 3만7500명, 2만7058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지만 경기장이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이번 대회의 23일까지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9290명으로 다른 대회 때보다 적은 편이다. 1983년 멕시코 대회 때는 평균 3만6098명이 입장했다.
전주=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