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대통령이 챙길 상황판 지표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면서 일자리 문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일자리 상황판에 실리는 각종 지표를 보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이 일자리 지표에만 매달릴 경우 자칫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숫자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의 일자리 현황과 구체적인 채용 방안 등을 담은 계획을 6월에 발표하고 일자리 창출 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계획이다.
○ 양과 질, 두 마리 토끼
일자리 상황판에 담기는 지표들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늘리고, 줄이고, 높이고’ 정책의 기초 자료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는 늘리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며, 고용의 질은 높여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혀 왔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주요 일자리 지표 중 고용률에 초점을 맞췄다. 경제 성장보다 고용에 힘을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고용의 양만 강조하다 보니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자리 상황판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현황판’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경제 전반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임금 격차, 임금상승률 등 ‘소득주도 성장론’ 관련 지표들이 대표적이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이 근로자 임금인 만큼 이를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데이터를 매일 확인하게 되면 단순히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는 것보다 정책이 더욱 효과적으로 지시, 집행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개별 고용 시장의 특수성도 있는 만큼 수치로 나타난 상황 뒤에 숨은 현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복순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데이터로는 잡히지 않는 고용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통계를 통해 나온 숫자들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도 계속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공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부터 마련
이번에 마련되는 로드맵에는 공공부문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현황, 추가로 충원할 필요가 있는 인원의 규모 등이 담긴다. 향후 5년간 이들을 언제 어떻게 채용할지에 대해서도 일부 방안이 들어간다. 통계청은 이미 공공부문에 대한 고용통계를 새로 만들기 위해 초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 중이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에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로 충원하겠다는 공약의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찰과 소방, 교사, 사회복지 분야와 관련된 공무원을 추가로 뽑는 방안은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힌 내용이다. 로드맵에는 분야별로 필요한 인원이 몇 명인지, 언제 어떻게 채용할지 등이 구체적으로 담긴다.
세종=박희창 ramblas@donga.com / 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