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 농단 재판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왼쪽 가슴에도 둥근 인식표가 달렸다. ‘나대블츠 서울(구) 503.’ 암호 같은 약어엔 교도관만이 아는 수용자의 핵심 정보가 숨어 있다. 공범부호라고 부르는 ‘나(국정 농단) 대(대기업) 블(블랙리스트) 츠(스포츠)’는 주요 범죄 혐의를 나타낸다. 남성은 검은색, 여성은 빨간색으로 쓴다. ‘서울(구)’와 ‘503’은 수용 장소와 수감번호다.
▷수용자 정보를 담은 인식표를 재소자가 패용하도록 하는 것은 효율적인 계호(戒護)를 위해서다. 교도소 내에서 운동, 면회를 하거나 법정에 나갈 때 마주치는 기회를 이용해 재소자끼리 입을 맞추면 안 되기 때문이다. 2012년 7월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수감된 이상득 전 의원은 3000여 명을 수용 중인 서울구치소가 공범들의 출정이나 운동, 면회 때 한 번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것을 보고 탄복했다고 한다. 공범부호는 외부는 물론이고 재소자끼리도 알게 되면 안 된다. 서울구치소는 국정 농단 공범부호를 바꿀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